인터넷사용자 조사보고에 의하면 컴퓨터 사용자는 게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오프라인 놀이에 비해 경제적이지만 재미는 뒤지지 않는 장점 때문에 게임은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은 상당한 부가가치의 창출뿐 아니라 음악, 문학, 미술 등이 하나로 녹아 있는 컴퓨터 종합예술이다.
잠깐 예술의 역사적 이야기를 하자. 예술은 초기 단계에서 사회적 핍박을 받는다. 그 핍박을 이겨내면서 예술은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유치한 장난이라고 폄하했지만 이제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 상품으로 성장했고 과거 천민의 전유물이던 광대놀음은 이제 우리나라의 전통예술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시대에 게임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초기 걸음을 걷고 있다. 그 이유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횡 때문이다. 공연윤리위원회가 위헌 판결로 폐지됐지만 그래도 의구심이 많은 정부는 민관 협력 형태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만들었다. 형식은 반민관이지만 영등위는 엄연한 정부기관이다.
위원장 임명이 민간공개 선출 방식이 아닌 대통령이 임명하고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정부 하부조직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심의제도는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등위의 규제는 등급심의제도다. 등급심의제도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사행성 문제다. 온라인상의 게임 아이템 거래를 규제하는 근거는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게임 속의 사이버 거래가 장외에서 실제적인 금전거래로 이어지므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상의 아이템 거래를 근절한다는 것은 법적인 근거조차 미약하다. 게임 상에서 거래되는 사이버 아이템을 직접 청소년들에게 판매하고 수익을 얻는 경우가 아닌 한 문제 요인인 개발업체 책임은 아니다.
온라인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받아들이는 시각은 아이템 현금거래가 도박과 같다고 추정하는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아이템 판매가 도박이 아님이 분명한 것은 아이템 판매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이 게임에 투입하기 위한 방법론이지 도박과 같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단순논리로 매도할 성질은 아니다.
다음으로 중독성 문제를 짚어보자. 현재 지적되는 게임 중독성은 상당부분 과장됐다. 이에 대한 찬반론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게임이 중독성을 유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놀이 수단이라는 것이다.
중독성의 근거로 자주 지적되는 게임 이용자의 밤샘은 비단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밤샘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모든 놀이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오히려 밤샘을 해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해치지 않도록 교육과 계도를 병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유해게임이 판을 친다는 비판에 대해 살펴보자. 유해게임에 대한 지적은 상당히 과장됐다. 불법정보나 유해게임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영등위의 등급심사가 객관성을 갖느냐의 여부다.
상당수의 전문가는 영등위 내부에 전문가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현재 등급심사의 1차 심의는 임시직 예심위원이 처리하고 그 예심위원의 설명을 듣고 심의위원이 등급을 결정한다. 등급심의를 생업에 불안한 임시직에게 맡기고 있으며 심의를 관리하는 영등위 직원도 전문가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심의위원 구성도 비영리민간단체 추천으로 구성하다보니 규제일변도로 빠지기 일쑤다. 위원 선임은 각급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해야 공평하다. 임기도 장기간이면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으므로 3년 내로 지정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IT산업에 국가경제의 운명을 걸고 있다. 외환 위기 때 IT강국의 면모로 태어나 세계 일류상품이 된 대표적 사례가 온라인 게임이다. 미래 산업의 육성이라는 거시적 시각으로 보면 게임에 대한 심의는 계도 위주가 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심의위원에게 호평을 받아서가 아니라 게임 이용자에게 환영받았기 때문이다.
심의는 금지 위주가 아닌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자동으로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제작자가 잘 만든 게임이라도 이용자가 수용할 수 없는 게임이라면 시장에서 퇴출되기 마련이다.
시장원리로 게임을 다룰 때 비로소 게임의 작품성과 자유성도 보호하면서 불량 게임이 근절된다. 차세대 성장엔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민간 자율 심의에 맡겨야 한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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