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전산장애가 잇따르면서 고객들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8일에도 한때 농협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자동화기기(CD/ATM)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농협측에 따르면 시스템 서버의 자동화기기 데이터가 처리되는 부문에서 과부하가 발생해 일부기기의 작동이 멈췄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도 일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장애로 사이버고객들이 증권거래에 불편함을 겪은 바 있다. 일부 은행의 인터넷뱅킹이 다운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사실 이같은 전산장애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듯하다.
한 카드사 정보화담당임원(CIO)은 “전산장애는 외부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가끔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그것이 고객 서비스에 문제를 발생시켜 외부에 드러나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산장애가 자꾸 눈에 띄는 이유는 그만큼 전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러한 금융권의 전산 장애를 취재하다 보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항상 지내놓고 보면 정확한 발생원인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또 다른 피해를 불러일으킬 개연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하나는 왜 예측을 하고 투자했으면 해결될 일을 굳이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에 후회하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은행의 예가 그렇다. 인터넷뱅킹이 다운돼 난리가 났다. 담당자의 말이 더욱 걱정스러웠다. “월급날과 결제일이 몰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시스템에 부하가 걸렸다”는 것이다. 인터넷뱅킹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그것이 충분한 해명이 될 수 있을까. 금융권의 세련된 대응을 기대해본다.
<국제기획부·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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