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장님 코끼리 만지기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이 있다. 코를 만진 장님은 오이처럼 길쭉하다고 하고 다리를 만진 장님은 기둥처럼 생겼다 하고 등을 만진 장님은 소처럼 생겼다 한다.

 세사람 말을 다 종합하면 훌륭한 코끼리가 되지만 세장님은 서로 자기가 맞다고 싸운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으로 재단하는 어리석음을 빗대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부러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하려는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본질을 뻔히 알면서도 한가지 현상만을 고집하고 강조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실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놓고 과기, 산자, 정통 3개 부처가 싸우는 모습이 그것이다. 3개 부처는 성장동력 품목이 서로 자기 것이라고, 자신이 주도하겠다고 주장한다. 서로 상대방이 우격다짐을 한다고 비난도 한다. 하도 보기가 안타까워 애써 조정까지 해주었지만 별무신통이다.

 3개 부처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관한한 정부내에서도 전문가 그룹에 속한다. 기술과 산업, 전자와 통신이 어떻게 융합되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애써 본질을 외면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하려는 것은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 낫을 놓고 ‘ㄱ’자로 보든 ‘ㄴ’자로 보든 이는 보는 사람의 자유다.

 하지만 낫이 ‘ㄱ’자가 되느냐 ‘ㄴ’자가 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부처의 영역과 영향력, 나아가 생존권까지 걸려있다.

 모든 정책과 전략에는 분산과 집중, 경쟁과 독점이 있기 마련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에 관한한 국가전략은 이 두가지가 적당히 혼합돼있는 듯하다. 그래서 더 말들이 많다. 이래서는 안된다느니, 이렇게 해야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어느 방식이 좋은 것인지는 결과가 말해준다. 다만 주장과 선택에 따른 책임만은 분명히 져야한다.

 ◆ 이중배 디지털산업부 차장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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