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R&D센터 유치

 지난 1990년대초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 문제를 놓고 벌인 유명한 논쟁이 있다. 바로 전 노동장관이었던 라이시와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인 타이슨이 설전을 벌였던 논쟁이다. 외국인 투자에 있어 라이시는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든 ‘고용효과’만 창출되면 미국에 진출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노동장관 출신으로서 일자리를 강조한 듯하다. 반면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인 타이슨은 외국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연구개발(R&D) 투자에 충실하면 미국의 고급인력이 그곳에 몰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의 R&D 능력이 저하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타이슨의 주장은 국부인 고급인력의 지식이 외국기업에 유출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초점이다.

 비슷한 사례로 독일 프라운호퍼 첨단연구소장 바르네케 교수가 1990년대 초반 자신의 문하생들을 데리고 일본 소니에 가서 3년간 R&D를 한 적이 있을 때 독일 여론은 비등했다. 하나같이 “왜 남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가”라는 비난이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만 해도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독일처럼 외국기업 종사자에게 비난하기까지했다. IMF 외환위기 때만 해도 우량기업들이 헐값에 팔려나간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외국인 투자는 고용 촉진과 함께 기업 및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원활화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 투자유치는 선진 지식을 받아들이는 경로라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목표로 ‘다국적기업 R&D센터’의 국내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IBM, HP, 인텔 등 유명기업들이 차례로 R&D센터 설립의사를 밝히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선진기업들의 지식 유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고무적이다. 선진기업들과 기술격차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들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R&D지역 거점으로 삼아 기술개발의 현지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정비하는 일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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