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시의 원래 지명은 고로모다. 1930년대 중반만해도 누에고치가 주산업이던 전형적인 시골마을이 도시화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 때문이다.
도요타는 원래 방직회사였으나 창업2세가 승용차에 매료돼 자동차사업을 벌이게 됐다. 이때 누에코치산업이 쇠퇴하면서 고로모지역의 유지들은 지역을 살리기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 당시 자동차공장 터를 물색하던 도요타를 찾아가 유치에 성공한다.
초기 50만평의 부지에 자동차공장을 설립한 도요타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트럭 수요가 크게 일어나면서 공장을 잇따라 증설했다. 고로모도 도요타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마침내 지난 1959년 도시이름을 아예 도요타시로 바꿔버렸다.
도요타가 들어서기 전 5만여명에 머물던 인구는 자동차 부품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최근엔 35만명으로 늘어났고 제조업 출하액은 도쿄에 이어 일본에서 2위의 도시로 성장했다. 도요타는 이에따라 이곳에 공과대학, 미술관, 자동차박물관 등을 건립해 기업도시로 가꾸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 제철·중화학 공업의 메카로 건설된 울산과 포항이 이런 도시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울산은 현대왕국, 포항은 포철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주력기업들이 산업·문화도시로 변모시켜 이들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집값 안정과 경기진작 및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1000만평 규모의 기업도시를 건설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된 울산·포항과는 다르게 민간기업이 개발주체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지난 문민정부때 수도권 등의 인구과밀 억제책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대기업 등에 배후도시 개발권을 준다는 정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때 대기업들이 난색을 표명한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전경련이 이번에 제안한 기업도시가 당장은 실현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일본 도요타시처럼 주민 위주의 건설이 되어야지 기업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될 일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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