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로 정상화` 합의가 필수다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오는 21일 열리는 하나로통신 주총은 그 결과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칼라일이라는 새로운 외세를 끌어들인 LG와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의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하나로통신이 한치도 양보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어느 쪽도 하나로통신의 앞 날에 분명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첨예한 이해대립 속에서 표대결에만 의지하면 주총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LG는 칼라일과의 이번 양해각서(MOU) 체결로 하나로통신에 투자하는 규모(6억400만달러)나 조건(신주 발행가 3400원) 등에서 뉴브리지측보다 양호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칼라일측과 하나로통신의 공동경영에 합의함으로써 뉴브리지와 같은 외세에 하나로통신을 완전히 빼앗기는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데이콤 지분(30.07%)을 하나로통신에 넘기는 것은 LG그룹의 통신3강 진입을 위한 중심축으로 하나로통신을 공식 지명함과 동시에 하나로통신 임직원들을 달래는 포석으로 이해된다.

 LG의 이러한 결정 및 합의는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가 그만큼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대목이다. 하나로통신이 비록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재의 국내 통신시장 구도에 비춰볼 때 LG가 통신사업을 제대로 펼치고 통신3강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하나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LG로선 지혜와 역량을 모두 모아 이러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러나 LG의 이러한 제안이 하나로통신을 비롯한 반대 진영을 설득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장 하나로통신이 발끈하고 나섰다. 하나로측은 LG와 칼라일의 합의부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칼라일이 한달간 하나로통신에 대해 실사했다고 하지만 추가적인 세부실사가 필요할 뿐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를 바탕으로 한 자금조달계획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의 데이콤 주식인수도 데이콤의 부실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하나로에 떠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하나로측 주장이다.

 바로 이러한 시각차이가 하나로통신 주총 이후 더 심각한 갈등과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던져준다. 주총 표대결에서 뉴브리지-AIG컨소시엄 외자유치안이 가결될 경우 아직까지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LG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LG가 하나로통신 경영정상화에 동조하기보다는 견제세력으로 변질 내지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보다도 LG의 갈 길이 암울하다. 하나로통신이 없는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구도로는 통신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할 정도로 3강 안착이 버거운 일이다.

 외자유치안이 부결돼도 하나로통신의 앞 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LG안의 불확실성에 대한 성토가 계속 이어지고 SK텔레콤이 방관만하지는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LG가 하나로통신을 쉽게 끌어안지 못한 결정적인 계기가 SK텔레콤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점을 되새기면 이해하기 쉽다. 그만큼 국내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통신업계에서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는 12월 또다시 열리는 주총에서 LG가 제시한 안이 통과될 것으로 낙관하기가 어렵다. 하나로통신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극적인 합의없이는 하나로 정상화가 기대난망이라는 것에 대해 관계당국도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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