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휴대인터넷의 명분과 실리

 유선 인터넷상의 컨텐츠를 이동중에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광대역 이동 인터넷서비스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5∼6년전부터 이같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작업을 진행, 현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에서도 뒤늦게나마 이를 ‘휴대인터넷’으로 명명하고 자체 기술 개발작업에 착수해 세계 표준화와 함께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필자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휴대인터넷 산업의 국내 경제 파급 효과를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휴대인터넷사업 계획이 지닌 문제점은 없는지 몇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외국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5∼6년 걸린 기술을 이제 겨우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기술력으로 2∼3년안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곳에서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혹시 자체 개발논리를 앞세워 정책 당국과 제조·서비스 업체의 숨겨진 아젠다에 의해 의도적으로 서비스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갖고 있다.

 휴대인터넷은 생산성과 생활방식 등의 측면에서 유선인터넷 못지않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휴대인터넷 기술 개발과 상용화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그동안 우리나라가 인터넷과 이동통신에서 확보한 선도적 위치마저 상실할 수 있다.

 둘째, 독자 개발을 통해 얻을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독자 개발 논리는 CDMA처럼 기술 종속으로 인해 우리보다는 남의 배를 더 키웠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과연 그런가. CDMA를 채택하지 않고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면 우리가 세계 표준을 주도하고 시장을 개척해 휴대폰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세계 표준과 시장 개척에는 기술력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개척하고 장악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우리의 위상을 정확히 판단하는 냉정함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휴대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벤처기업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비록 규모는 작은 신생기업이라도 확실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특정 분야에서는 한국의 대기업보다도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셋째, 중요한 결정에는 항상 정확한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휴대인터넷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해외 정보의 수준을 보면 의도적으로 왜곡됐거나 대외적으로 발표된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의 중대 결정들은 기업의 미래와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더욱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적인 통신기업들은 모든 가능성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적용·표준 작업 등을 벌여왔으며 조만간 큰 흐름의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감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제 속에서 국내 휴대인터넷 산업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장기적인 자체 개발 노력과 함께 향후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기술과 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를 발굴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회사들은 보통 상장 이전의 벤처회사들이기 때문에 투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기술 확보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독자적인 기술을 무리하게 추진해서 고립되는 것 보다는 이러한 기술을 가장 먼저 제공받아 그위에 여러 부가적인 기능을 구현해 우리의 지적 재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결국 공동으로 파이를 키우고 그 바탕 위에 우리 몫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휴대인터넷 산업 발전에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 통신시장은 한국이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할 동안 마냥 기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명분을 쫓다 실리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홍진 플라리온테크놀로지스 아태지역 사장 hj.kim@flar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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