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의 이중잣대

 “혹시 C사의 연락처를 알 수 없을까요.”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의 재미 과학자가 설립한 암진단 바이오벤처기업이 국내 벤처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기사가 나가자 전화가 왔다. 미국 전화번호나 대표이사 e메일 주소라도 알려달라는 사람은 놀랍게도 국내 한 기관 투자가였다. 그는 몇년 전 C사에 투자했는데 서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업데이트된 연락처를 알고 싶어 했다. 이 사람은 전임 투자담당자가 갑작스레 사직하면서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깐깐하기 그지없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기관 투자가가 투자 회사 관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C사는 첨단 생명공학기술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이 기술 하나로 국내에 들어와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해갔다. 지난해에는 코스닥에 등록된 국내 벤처 G사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었다. 이런 C사가 최근 또 다른 바이오벤처기업과 손을 잡고 암진단 시장 개척의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올해는 1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실익을 톡톡히 챙겼다.

 매년 이 회사의 설명회에는 썰렁한 다른 생명공학기업들의 설명회와 달리 발딛을 틈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첨단 생명공학기술의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세계 최고라는 존스홉킨스 의대라는 이름값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이 자리에 모여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성을 믿고 지난해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던 G사는 계약이 만료되기까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은 물론 이 사업을 지휘했던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C사에 투자한 기관투자회사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와 연락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며 지내왔다.

 매년 새로운 투자금을 가져가는 미국 벤처기업과 달리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은 상품을 개발하고도 수억원의 자금이 없어 문을 닫고 있다. 우리의 투자가와 기업들이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그저 이름값에 현혹돼 이중잣대를 들고 기업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씁쓸하기만 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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