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등위 존립 이유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별다른 내용의 차이가 없는 ‘리니지2’ 베타 버전과 상용화 버전에 대해 각각 15세, 18세 판정을 내려 원칙없는 심사라는 비난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영등위의 존립에 대한 회의론이 업계 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리니지2는 미국 등급심사기관으로부터 13세를 받았으며 영등위 스스로도 1월 심사에서 15세 판정을 내렸던 게임이다. 그러나 영등위는 카오 캐릭터에 대한 PK 문제와 기존 15세 온라인게임과 크게 다를바가 없는 캐릭터의 선정성을 문제삼아 1월에 내린 등급 판정을 뒤집었다. 영등위는 이러한 기준이 왜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설명하지는 못한채 “리니지2가 사회적 문제가 많으므로 등급을 강화해야 한다”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리니지 18세등급 판정은 당사자인 엔씨소프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영등위 표현대로 ‘사회적 문제가 많은’ 리니지2에 18세를 내렸다면 이와 유사한 중소 온라인게임들에도 18세 등급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결국 리니지의 유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엉뚱하게 중소 온라인게임업체들에게 돌아온다.

 또 영등위 등급 판정이 국산 온라인게임을 수입하는 나라에게 하나의 등급 기준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영등위 등급 강화는 수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중국에서는 국내에서 18세를 판정받은 게임에 대해서는 아예 수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영등위의 지적대로 온라인게임의 사회적 문제는 한두번 지적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영등위의 연령별 등급 판정, 그것도 고무줄 늘이기식 등급 판정은 게임업체 길들이기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온라인게임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산업의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등위 스스로 명확한 등급심사기준을 제시하고 등급의 권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게임업체들의 불만이 영등위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내달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류현정기자·정보사회부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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