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인 이슈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TV홈쇼핑을 통한 이민 상품 판매와 해외 원정 출산이다.
이 두 사건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를 바라 보는 서민들은 왠지 씁쓸한 감정과 함께 긴 한숨만 내쉬게 된다.
두 가지 사건 가운데 이민 상품은 하나의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왔다. 급기야 국정 감사 자리에서까지 논란의 대상이 될 정도가 됐다.
이민 상품과 관련해 방송위원회 국감에서는 이를 방영한 모 홈쇼핑사가 방송법 1조와 5조의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됐다. 이민 상품이 공익성과 계층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 감사 바로 며칠 전만 해도 주요 언론은 이 상품이 이례적으로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흥미성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불과 일주일을 시차로 국회위원의 말 한마디로 이 기사는 독약 묻은 화살이 되어 부메랑처럼 홈쇼핑사로 다시 날라왔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방송위와 홈쇼핑 업체 사이에 토론 문화가 부재함을 알 수 있다. 홈쇼핑에서 상품 심의는 판매 생방송이 나간 이후에나 이뤄진다. 사후 심의가 방송위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사례에서 보았듯 광고 방송 이전에 방송위와 홈쇼핑 담당자가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사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다. 물론 홈쇼핑사가 더욱 철저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한 점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방송위의 부실한 심의 시스템과 원활하지 못한 방송위와 업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만일 홈쇼핑 상품 개발 담당자와 방송위 상품 판매 심의위원 간의 사전 대화만 있었다면 국감에서까지 문제 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사건은 이미 예견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후약방문 식으로 해당 홈쇼핑 사를 겨냥한 물리적 징계가 능사일 수 없다. 심의 위원도 이번 사태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심의하고 필요하면 사전 제작된 방송 내용을 보고 협의해야 한다. 결국 양방의 노력이 부족했다. 현재 주요 홈쇼핑 사에서는 이미 사건을 계기로 마음대로 신상품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후문이다. 징계가 두려워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또 다른 부작용이다.
이민 상품을 신청한 고객의 반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얼마 전 지상파에서 이민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이민을 가지 말라는 게 취지가 아니었다. 이민 부작용과 문제 사례를 들어 객관적 사고를 갖게 하자는 의도였다.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이민 정보, 투명한 사후 관리와 객관적인 입장을 취했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홈쇼핑은 비즈니스다. 당연히 매출과 수익이 우선이다. 반면 방송위는 공익성이 우선이다. 앞으로 홈쇼핑 채널이 자유화되면 비즈니스와 공익성 앞에서 저울질하는 문화 상품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 상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안으로 몇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방송위와 홈쇼핑 사간의 신상품 특히 문화 상품의 사전 심의제가 도입돼야 한다. 권위적이거나 징계 우선 정책은 구태의연한 구시대 발상이다.
둘째, 홈쇼핑사는 공익을 매출로 계산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또 심의위원도 합리적인 사고와 전문성을 기반해 홈쇼핑을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상파와 다른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홈쇼핑 방송 관계법이 제정돼야 한다. PP사를 통한 인포머셜과 홈쇼핑 채널 진입이 쉬워진다면 심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상호 대화와 시스템 부재를 인지하고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방송위는 엄중한 심의 잣대를 홈쇼핑에 앞서 자신부터 먼저 적용해야 한다.<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hmleepd@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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