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수성과 역동성

 1일부터 3일(현지시각)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선 ‘무선인프라 콘퍼런스 & 엑스포’가 열렸다. 주 이슈는 △시장전망 △규제환경의 변화 △재난통신 등으로 우리의 고민과 별차이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우리보다도 시장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3세대(3G), 무선인터넷 등 새 비즈니스모델의 등장이 2∼3년내, 음성에서 데이티로의 수익구조 전환은 5년내에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속출했다. 무디스의 마커스 존스 수석애널리스트 등은 “설비사업자의 성장률은 15∼20%에서 3∼5%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환경도 신규 서비스의 도입보다 9·11 이후 재난통신 강화방침이나 E911시스템 도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특히 이들은 9·11과 뉴욕의 정전사태를 계기로 무선통신의 새 숙제를 고민했다. 통화량 폭주와 정전으로 무선통신망이 마비될 수 있다는 현실을 절감한 것.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으나 소비자에 현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대책엔 공감했다.

 “너무 보수적인 것 같다. 아시아, 특히 한국의 통신발전상을 아느냐”는 질문에 T모바일의 해럴드 샐터스는 “소비자가 데이터를 원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3G 투자도 오랜 기간을 요구하므로 섣불리 접근할 수 없다. 아시아의 이머징(emerging)마켓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우리한테 큰 의미가 없다. 현재 필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완벽한 음성서비스”라고 잘라 말했다.

 에피소드 하나. 콘퍼런스에서 곧잘 언급된 단어가 ‘홈랜드(Land) 시큐리티’였다. 처음에는 ‘홈 랜(LAN) 시큐리티’로 잘못 들은 기자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 통신과 ‘국가안보’를 직접 연결시키는 사고방식이 익숙지 않은 탓이다. 선진국 통신산업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새 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우리와 비교해 역동성이 한참 떨어진다. 그렇지만 통신장애와 보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접근하는 모습 만큼은 본받을 만했다.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첨단 통신서비스국가이면서도 태풍 ‘매미’로 인한 통신장애의 경험을 벌써 잊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플로리다(미국)=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