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앉거나 서거나 주님께서는 다 아십니다. 내가 저 동쪽 너머로 날아가거나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거기에 머무를지라도 거기에서도 주님은 나를 인도하십니다.”
성서에 있는 다윗왕이 부르는 노래의 일부인데, 기독교에서 유비쿼터스 교리의 근거가 되는 주요한 구절이기도 하다. ‘유비쿼터스하다(Being ubiquitous)’란 한마디로 “신이 어디에 계시느냐”고 물을 때 “안 계신 곳이 없다”고 대답하는 교리를 말한다.
요즘 이런 신의 존재론에 빚대어 이름 붙인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화제다. 지금까지의 정보화가 물리적 현실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옮겨 건축하려고 했다면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융화해 이 둘의 구분을 없애려는 시도다. 물리 공간이 어떤 상황이며 그곳이 어디든지 컴퓨팅이 가능하며, 따라서 인간은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기술의 고도화로 일개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신의 영역에 한발 다가섬을 애써 나타내려 함이 곧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이름을 짓게 만든 셈이다.
잠깐 정부의 농어촌 정보화 정책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자 한다. 농어촌 정보화 사업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간혹 중복적으로 또는 편중되어 집행되기도 한다. 이 사업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농어촌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며, 마을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농수산물을 전자상거래한다. 또 하나는 정보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하며, 농어촌이 정보화의 사각지대라고 판단하여 정보화 마인드를 고취하고, 인터넷 교육 등을 실시한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농어민과 대화하다보면 농어촌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기획을 실패의 요인으로 주로 꼬집는다. 설사 낭비 요인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정보화의 수혜자라고 할 만한 우리에게는 의무 아닌 의무라 생각된다. 그러면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념은 다름아닌 정보화에 대한 유비쿼터스 정신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이어진다. 정보화는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원동력인데, 경제력에 따라, 거주지에 따라, 학력에 따라, 나이에 따라 정보화의 편차가 심화되어서는 안된다. 신이 부자 옆에 있지만 빈자를 찾아가며, 젊은이 옆에도 있지만 노인을 찾아 위로하듯이 정보화도 유비쿼터스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이다.
북한에 대한 IT 관련 사업도 위의 두 가지와 유사하다. 하나는 북한의 고급 인력을 활용하여 R&D센터 및 생산기지를 두거나 또는 거기를 잠재적 거대시장으로 상정하여 마케팅을 펼치는 등의 영리적 형태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정보화 수준을 높인다는 차원에서의 정보시스템, 관련 서적 등의 무상보급이다. 어떤 유형이든지 농어촌 정보화와 마찬가지로 소리만 요란했지 별 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우리가 끝까지 지고 가야 할 짐이 아닐까 한다. 이는 민족문제도 분단문제도 햇볕도 어둠도 아니다. 다만 정보사회를 성숙시켜 인류의 공동번영을 꾀하려고 앞선 자가 뒤쳐진 자를 돌아보는 당연한 제스처 정도일 뿐이다. 정보통신부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대규모 IT봉사단을 파견한다. 노동부에서는 IT 후진국의 젊은이를 초청하여 연수시키고 있다. 그것이 유비쿼터스 시대에 유비쿼터스 이념을 실현하는 작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평을 넓혀 이 나라에서 가장 먼 북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북한은 유비쿼터스의 예외인가’하고.
◆최연성 군산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yschoi@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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