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하우리 권석철 사장(7)

 우리는 이같은 유료고객들에게 양질의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현재의 서비스 지원 정책을 변경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유료 고객들뿐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주들이나 투자가들은 하우리는 정부 산하기관이나 봉사 단체가 아닌 주식회사인 만큼, 수익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옳지 않냐고 항변하는 고객도 드물지 않았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과중한 고객지원 업무에 지칠 대로 지친 직원들이 유료 고객들과 주주들의 항의전화를 받고, 일할 의욕과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난 대표이사로서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데 경영진과 의견을 모았다. 물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고객들을 볼 때면 밤잠도 못자고 고생한 보람을 느끼지만 한 순간일 뿐, 영원히 응급조치만을 반복하고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위한 장기적 기본 투자에는 무관심한 고객들을 볼 때면 이러한 보람도 무너지기 일쑤이다.

 국내와 반대로 해외시장에서의 소프트웨어 사용 풍토는 어떠한가.

 해외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유료 사용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다.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그래야만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백신은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한 나라에서 세계적인 백신업체가 나올리 만무하다. 개발사 역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는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문제를 단순히 업체와 사용자들 만의 문제로 간주하고 철저히 시장 논리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의료 보험 제도와 마찬가지로 정보보호 관련 분야도 정부 차원에서 보호 육성해야 한다. 그만큼 사용자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민간 보안 업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무리가 따를 뿐더러 신속히 사태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하우리의 유료화 선언은 아직까지 많은 사용자들이 오해하듯이 아픈 환자를 이용해 기업의 폭리를 취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가 치료하는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끊임없이 기술을 정진해 다른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환자들을 완치하기 위해서다. 정보보호는 국가 주요 기반 기술과 직결된 분야이므로 어떠한 위력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사이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백신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과 시장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우리의 결단이 아직까지 미비한 정보보호 의식 고취, 백신 업체들의 생존 기반 확보, 그리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로 가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sckwon@hau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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