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며, 또 컴퓨터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종합적 예술이기도 하다. 컴퓨터는 당초 사무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TV가 정보 전달의 기능에서 엔터테인먼트로 기능이 확대된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그 기능이 무궁무진해진 컴퓨터는 일을 위한 도구에 머물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로 그 효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직도 직장인들에게 컴퓨터는 일을 위한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채팅을 하고 게임을 하며 컴퓨터를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조사 보고서에서도 인터넷 사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게임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 중심의 놀이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속으로 들어왔고 온라인 놀이가 오프라인 놀이보다 더 간단하고 더 경제적이면서도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시간당 1000원 정도인 PC방 이용료만 있으면 게임에 접속해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과 만나 함께 플레이 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판타지나 미래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그 매력은 상당한 것이다.
게임의 진정한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은 인터넷 기술, 그래픽, 사운드, 개발자의 철학 등이 빚어내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 이제 주목해야 한다.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부른다. 그런데 영화도 최근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어 그래픽 처리를 하며 그 특수효과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은 영화에서 잠깐씩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뿐아니라 온라인게임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하나의 가상 세계로 그 안에서 게이머들은 역사와 철학·경제와 정치를 체험하게 된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경우 서비스를 시작한지 5년이 되었는데 최근 게이머들은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간 축적된 경험으로 이것을 해석하고 반응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온라인게임 ‘리니지2’의 경우에도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은 게임 중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리니지를 비롯한 기존 온라인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빨리 이해하고 먼저 행동하고 있다. 게임에서 역사성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게임 내에서 최고의 권력가가 되기 위해 혈맹을 조직하기도 하고 어떻게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것은 정치의 초보적인 단계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온라인게임은 이전 게임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게임개발자나 회사도 변화하고 있다.
필자는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책을 읽는 시간이 제일 많다. 최근에는 해외 출장도 많은데 비행기내에서 꼭 책을 읽게 된다. 게임 제작회의에서도 역사·철학·신화·심리학 등 온갖 얘기가 쏟아진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결코 멋진 게임이 나올 수 없다. 인간이 동물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정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실존이란 정신적인 세계(사이버 세계가 될 수도 있겠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서는 정신을 추구하려는 욕구에서는 수동적이다. 하지만 게임은 능동적이다. 요즘 게임은 더욱 능동적이다. 단순한 ‘자극과 반응의 놀이’가 아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고 게임의 가상적 상황을 통해 더 많은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영화도 초기에는 ‘움직이는 사진’이었지만 100년이란 세월동안 거듭 발전하면서 결국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아 복합예술, 종합예술로 발전했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 게임은 하드웨어 등 다른 산업의 방향까지도 결정하고 있다. 이제는 게임을 영화와 같은 ‘예술’로 인정해야 할 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davinci@nc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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