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한반도 남단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사회의 기초적인 인프라들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부실공사 때문인지 도로는 쉽게 유실됐고 허술하게 부착된 간판들은 흉기처럼 날아다니며 안전을 위협했다.
사상 초유로 강한 태풍이라 모든 피해를 사전에 완전하게 막기 힘들었고 책임을 따지기도 어렵다. 하지만 각종 피해속에서도 얼마나 예방을 했는지 사후에 어떻 대처했는 지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통신’과 ‘전력’ 산업은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력의 경우 150만 가구가 정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며칠동안 전기를 쓸 수 없었다.
반면 통신서비스의 경우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피해율이 유선전화의 경우 0.2%에 불과했다. 무선통신 중단도 전력 공급 차질에 따른 기지국 정전에 의한 2차 피해가 대부분이다.
전력산업과 통신산업이 이처럼 대비되는 것은 ‘서비스 정신’의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통신회사들은 24시간, 끈김없는 서비스를 위해 지하 전송로 확보는 물론 대체 전기 공급 시스템 등을 갖췄다. 또 사후에 앞다퉈 피해보상책을 내고 피해지역 복구에 나섰다. 이와 상대적으로 전력측의 대응은 피해가 컸을 뿐 아니라 복구 등에서도 통신분야에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산업만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의 차이도 이번에 명확히 드러났다. 통신 등 민간기업체들은 명절 연휴도 반납하고 일선에 복귀해 서비스 복구에 최선을 다했다. 이에 비해 똑같이 고객 접점에 있는 정부 부처는 과연 이러한 서비스 정신을 갖고 사태에 대응했는지 의심스럽다. 한 고위 공직자는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골프 회동을 가져 비난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많은 손해를 끼친 이번 태풍은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줬다. 자신의 월급을 주는 소비자(국민)로부터 외면을 받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지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이 편차를 ‘상향 평준화’하지 않고선 이러한 재난은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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