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와 LG텔레콤이 공동으로 지불결제서비스사업을 전개키로 전격 합의하면서 이동전화 3개사간의 휴대폰 적외선(Ir) 지불결제 서비스 표준화 작업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대 KTF-LG텔레콤의 양대 진영이 제각각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소비자 불편과 중복 투자 논란을 야기, 초기 보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다른 한편에선 양진영의 경쟁으로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F·LG텔레콤은 K머스와 적외선결제표준인 IrFM v1.0, 국내 전문업체인 하렉스인포텍의 ‘줍’을 결합한 자체 기술규격을 휴대폰 Ir 지불결제 기술로 채택키로 하고, 오는 8일 사업제휴식을 갖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내년 1분기까지 유통 가맹점 10만 곳에 휴대폰 Ir결제를 수용할 수 있는 가맹점 단말기(일명 동글)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대중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오는 2005년까지는 30만 곳의 가맹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기술규격이 세계 표준인 IrFM v1.0과 거리가 멀 뿐더러 3개사 호환에 따른 과다한 비용부담을 요구해 결국 두 회사만 손을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F·LG텔레콤은 독자적으로 은행·카드 등 금융권과 사업제휴 협의에 착수한 데 이어 이미 롯데쇼핑에는 이번 양사의 기술규격을 탑재한 ‘가맹점 동글’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양사는 향후 출시 되는 휴대폰에 이번 Ir결제기술을 모두 탑재해 이용자 기반도 확대하는 한편,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도 가동키로 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양사의 행보가 3개사 공동의 기술호환 논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어차피 각사의 기술규격은 세계 표준과 다소 상이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의 단일한 기술규격을 만들어야 했다”면서 “각사가 적절한 비용분담만 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동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SK텔레콤 진영과 KTF·LG텔레콤 진영으로 나뉠 경우, 휴대폰 Ir결제서비스는 각각의 기술규격이 탑재된 가맹점 단말기에서만 가능해 결국 휴대폰 가입자들은 서로 다른 가맹점에선 결제서비스를 쓸 수 없게 된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술규격을 채택하더라도 지금부터 각 사업자들이 합의하에 호환용 기술규격을 만들면 된다”면서 사업자들 간의 합의를 촉구했다.
휴대폰 Ir결제서비스는 SK텔레콤·KTF가 세계 처음 지난해 하반기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각각 모네타·K머스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29만대의 가맹점 단말기를 보급한 데 이어 연말까지 44만대로 늘릴 계획이며, KTF·LG텔레콤은 이번 제휴를 시작으로 가맹점 단말기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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