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디지털 상인`

 최근 경제난으로 곳곳에서 일자리를 찾는 비명소리가 높다. 20대 청년실업과 이른바 ‘사오정(45세 정년) 세대’라고 일컫는 40∼50대 중장년실업, 여성 경제인구의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실업 등 우리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구인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IMF 이후 대기업들까지 신규 채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본격화된 대졸 이상의 고학력 청년 실업자 문제는 사회로 나가는 많은 젊은이들의 첫 걸음을 좌절과 시련으로 이끌고 있다. 또 퇴직 연령이 40대로 내려오면서 조기 퇴직한 가장들이 겪는 어려움도 크다. 더구나 최근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자본 창업을 시작한 이들이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는 얘기도 손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남들보다 앞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인생역전’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용기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인터넷 환경(인프라)과 유통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디지털 상인’이 그들이다.

 옥션에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디지털 상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실직과 사업 실패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터넷 거상으로 거듭난 가장도 있고 전업주부에서 소일삼아 시작한 일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형 사업체로 만들어놓은 주부도 있다.

 또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젊음을 무기삼아 ‘청년 사장님’으로 나서고 있는 야심찬 젊은이도 있다. 심지어 대학생 신분으로 주독야경으로 바쁘게 움직이면서 월 수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미래 사업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상인은 옥션 내에서만 수만명에 이르고 이들이 올 상반기동안 일으킨 거래액만도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별다른 자본없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불합리한 오프라인 유통의 관행을 극복한 이들의 노력이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 이들은 낯선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와 거대한 유통 패러다임의 변혁 속에서 나름대로의 의지로 사업을 확장해가며 성공의 길로 매진하고 있다.

 이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오프라인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발한 고객 서비스로, 온라인상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이들의 열정으로 인해 국내 전자상거래 분야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청년실업·사오정실업·여성실업 등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실업문제를 푸는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변혁기에 많은 디지털 상인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부 차원의 세금혜택 등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이어져야 한다.

 인터넷은 무한한 기회의 시장이다. 연간 140조원에 달하는 국내 소매 유통시장에서 4%대를 차지할 정도로 온라인 기반의 유통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현재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수년내 10%까지 성장하리란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미래 유통 패러다임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는 과제 그리고 이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가는 디지털 상인을 꾸준히 양성하는 과제는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고질적 난제의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바로 풀뿌리 전자상거래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 상인의 육성이라고 확신한다.

■ 이재현 옥션 사장 jaylee@auct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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