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소니와 올림푸스의 공방전이 한창이다.
올림푸스한국은 최근 1위를 굳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올림푸스는 올 상반기에 판매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소니·삼성·니콘이 각각 2∼4위로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판매호조에 힘입어 3년 연속 국내시장에서 넘버 1의 자리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불과 2시간 뒤 소니코리아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상반기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각 언론사에 뿌렸다. 소니는 자사 제품이 판매량 기준으로 18.49%, 매출액 기준으로 19.1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업계 1위의 아성을 굳건히 지켰다고 밝혔다.
양사의 보도자료를 접한 기자들의 머릿속은 이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GfK마케팅코리아에는 올림푸스와 소니가 제공한 보도자료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대부분이 ‘누구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동일한 조각상을 앞에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인물화를 그리는 미술가도 아니고, 과학적인 통계수치를 토대로 어떻게 서로 1위 기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다.
확인결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GfK마케팅코리아는 오프라인과 온오프라인을 종합한 판매통계를 동시에 조사·발표했으나 양사가 자사가 1위인 통계치만을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니코리아는 오프라인 판매자료만을, 올림푸스한국은 온오프라인 통계자료만을 각각 이용한 것이다.
GfK측은 온라인 통계는 오프라인에 비해 표본이 충분치 않아 두가지 자료를 각각 만들어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물론 시장조사기관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불충분한 조사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조사자료의 특성을 무시하고 1위라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해 자신에 유리한 통계자료만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양사의 태도는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유명기업들이고 디지털카메라업계의 상징적인 존재다. 1위도 좋지만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디지털산업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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