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산원의 `새 이름`

 며칠 전 한국전산원으로부터 기자들을 대상으로 메일 한통이 일괄발송됐다. 제목은 ‘한국전산원 명칭 개명 현상공모(사례금 100만원)’. 조건은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국가’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안되고 마지막 글자는 ‘원’으로 끝나야 한다는 것. 아마도 기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빌리겠다는 심중으로 해석된다.

 어떤 기업이나 기관이 명칭을 바꾼다는 것은 위상변화를 꾀하는 것이거나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이름을 갖고자 한다는 의미다. 한국전산원 측이 명칭을 바꾸려 하는 이유는 후자에 속한다.

 사실 ‘한국전산원’은 정보화촉진기본법 제10조에 의해 지난 87년 개원한 정부출연기관으로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정보화 추진과 정보화관련 정책개발을 물밑에서 지원해온 정보화 중추기관이다.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을 비롯해 전자정부사업·초고속정보통신망기반구축사업 등 정보화관련 사업치고 전산원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2003년 현재 한국전산원이라는 이름을 듣고 이 기관이 정보화 정책을 개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도 국가기관에서 활용하는 전산장비를 두루 관리하는 곳 쯤으로 알지 않을까. 명칭과 위상의 괴리 때문에 직원들이 겪는 허탈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전산원 관계자는 “물론 전산원이라는 이름은 87년 설립 당시에는 시대적 상황에 잘 부합했다. 그러나 15년이 흐른 지금은 어딘지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국가정보화를 추진하는 중추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흡사 ‘전산학원’같은 이미지를 부각시킨다”고 명칭 개명의 당위성을 토로했다.

 현재 전산원의 새로운 명칭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이어 또 하나의 진흥원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산원이 명칭개명을 단순히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고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잘못이다. 전산원의 역할과 책임에 어울리는 명칭에 걸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전산원의 노력이 더욱 돋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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