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IT아웃소싱` 북한에 주자

 필자는 지난 6월 말부터 한달 동안 학생 15명과 함께 중국 옌볜에 사는 조선족 장애인에게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전반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중 평양정보센터(PIC)와 하나비즈가 공동 출자해 중국 단둥에 설립한 남북합작법인인 하나프로그람센타를 방문했다. 개발인원은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리과대학·평양콤퓨터기술대학 출신으로 구성되어 2년 전부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연두교시에서 ‘정보기술을 통한 과학기술입국 건설’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양정보센터에서는 ‘우리식 프로그램 기술로 나라의 정보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정보라 함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살펴보면 모방이라기보다는 기초 알고리듬을 이용한 독자적이고 독특한 소프트웨어로서, 문자·음성인식, 3차원 설계, 가상현실, 바둑 등이 돋보인다. 한국의 기업들은 기초 알고리듬을 구사하는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러시아·중국·인도의 인력을 유치해 개발하기도 하고, 또는 인도의 현지법인에 프로그램 개발을 맡기고 있다. 그러나 기초기술 알고리듬을 개발할 인재를 외국에서 찾는 것보다 북한에서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왜냐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기술진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무위원 수석보좌관 워크숍에서 ‘기술혁신은 우리 경쟁력의 뿌리’라며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제창하였으며, 취임 100일 기념연설에서도 기술혁신을 ‘국정과제의 첫번째’라고 하였다. 국정목표인 2만달러 시대 기반구축을 위해서는 이공계 살리기, 제2과학기술입국, 차세대성장동력 등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북한의 연두교시와 우리의 국정목표는 거의 일치한다. 남북한 지도자 역시 IT에 의한 기술혁신을 21세기 한민족이 먹고 살아야 할 최선의 먹거리로 본 것이다. IT의 소프트웨어 기술로서만도 혁신이 예견되고 있고, 자체 기능의 고도화 이상으로 다른 분야와 접목이 이뤄지면서 상승효과로서 무제한 기술융합 분야를 만들고 있다. 정보기술(IT)에 의한 기술혁신(TI)은 산업의 핵이며, 무역전쟁에서의 관건은 IT의 기초와 응용에 달려있다.

 세계 최고의 IT인프라인 한국은 IT산업을 중심으로 21세기 디지털 혁명을 이끌고 유비쿼터스 시대에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우수한 이공계 IT인재를 확보해야만 한다. 현재 한국의 인재만으로는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시장으로 나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주변에서 인재를 구해야 하는데 여기에 북한의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활용한다면 IT기반 기술혁신이 촉진될 것이다. 해외에 고가로 아웃소싱하는 것보다 같은 값이면 지척에 있는 우리 민족인 북한에게 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된다.

 국민의정부에서 정치인들이 조급히 남북교류를 협상하고자 북한에 국세를 현금으로 갖다주어 정치쟁점화되고 있는 것보다 북한 스스로 기술개발을 통해 외화를 벌게 해야 한다. 인간은 쉽게 벌어들인 돈은 함부로 사용하는 속성이 있다. 무상으로 주지말고 북한의 인재들이 노력해서 벌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는 함부로 무기개발 등 북핵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민족번영을 위한 핵심과제는 남북경제협력이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갈등의 축인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북한지도부가 핵을 무기로 강경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그간 추진했던 신의주특구 발표,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한 7·1 경제관리조치, 북일수교 등 개방개혁정책이 대부분 실패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이 때문에 북한의 개혁개방파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강경파에 의한 핵무기와 관련된 강성정책을 내놓았으며,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관계로 자충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대립된 이념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오로지 기업에 의한 남북경협밖에 없다.

 정치에 의한 남북경협은 시간이 걸리지만 남북 지도자가 목표로 삼은 IT개발협력은 이미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추진되어 성공적이기 때문에 한시라도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기업의 기술개발을 위한 기초 알고리듬을 구사할 수 있는 북한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에 IT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의 아웃소싱을 주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보자. 기술용역을 아웃소싱하다보면 분명 외국인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하게 된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용역 아웃소싱을 북한에 준다면 북한은 이를 고마워하면서 한걸음씩 서로 이익이 되고, 이를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된다. 북한에의 IT아웃소싱은 이 시대에 반드시 해야 할 통일의 밑거름이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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