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저한 진료정보 보호

　보건복지부가 정보화전략계획 수립을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나 각종 검사결과를 의료기관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진료정보 공동활용사업’이 시행될 경우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보도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가 환자의 병력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해 정부의 계획을 반대하며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진료정보 공동 활용사업이 제2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자의 진료정보는 의학연구에 활용되거나 의료인과 환자의 의사소통 수단이 되며 보건당국의 의료정책 수립의 자료로 이용되는 의료정보의 핵심으로써 그것을 전산화하고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시행되면 환자를 용이하게 관리하고 병원의 경영합리화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개인의 의무기록이 분산돼 개인의 병력관리가 통합되지 못했고 또 환자가 자기 기록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가지지 못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병명이나 약품정보, 검사 정보조차도 알지 못했던 점을 개선할 수도 있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에 따라 궁극적인 목표인 원격진료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이러한 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정보는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지 않으면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 할수록 컴퓨터에 보관되는 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환자의 정보가 유출될 경우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점은 의료보험이나 고용관계에서 차별을 당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실제로 미국과 같은 외국에서 그 같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진료정보 공동 활용 사업이 성공하려면 대량으로 입력, 저장 및 처리되는 개인정보 및 사생활이 더욱 보호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환자의 이익에 위배되는 정보의 유출이나 파괴를 막기 위한 행정적·법적·기술적 조치를 한층 강화해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의료정보 보호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의료정보는 건강증진 목적 이외에는 공개될 수 없고 또 공개를 하더라도 반드시 당해 환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일반인이 환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정보 유출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아울러 환자는 자기의 의료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환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의료정보를 부당하게 취급할 경우 엄격한 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근본적으로는 컴퓨터에 기록되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거나 파손 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정보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진료정보 공동활용사업이 장점이 많고 꼭 필요한 조치인 만큼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적·기술적 보완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그 외에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기술발전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얼마든지 불거질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의료계 뿐 아니라 법조계, 정보통신업계 등과 공동 연구를 실시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고 국민들의 불안감도 씻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