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모험 혹은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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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이 30일(현지시각) 하이엔드(고성능) 서버시장을 겨냥,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이 시장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휴렛패커드(HP),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간 경쟁구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특히 이들 3개사 중 인텔과 공동으로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칩)를 개발한 HP의 행보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는 RISC(Restricted Instruction Set Computer) 계열 하이엔드 서버용 프로세서인 ‘알파’와 ‘PA-RISC’를 가지고 있는 HP가 앞으로 이들 RISC 계열 칩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인텔의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에만 전력하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서버업체인 HP는 향후 아이테니엄2 칩을 장착한 각종 서버들, 즉 칩이 수백개 들어가는 슈퍼컴퓨터에서부터 한두개 들어가는 일반 서버까지 ‘통합(integrity) 패밀리’라는 브랜드를 붙일 작정이다.

 HP 사령탑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64비트 컴퓨터가 PC처럼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며 “인테그러티 아이테니엄 서버는 HP의 비즈니스 전략에 있어 중대한 전환기가 될 것이며 HP가 64비트 컴퓨터 시대를 이끌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P는 ‘인테그러티 서버’의 성공요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든다. 만일 고객이 아이테니엄 서버를 3년간 사용한다면 IBM의 ‘파워 시스템’이나 선의 ‘스파크 시스템’보다 100만달러 정도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성능도 훨씬 좋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HP의 주장을 입증되기 위해서는 아직 ‘도박’과 ‘모험’의 요소도 많다. 먼저 64비트 컴퓨터 시대가 피오리나 회장의 말처럼 그렇게 쉽게 열릴 것이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 알파와 PA-RISC 고객을 아이테니엄 칩으로 전환(마이그레이션)하는 과정에서 HP는 자칫 경쟁사인 선과 IBM에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는 아이테니엄 칩이 IBM과 선의 칩보다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수가 적다는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측은 현재 약 400개의 소프트웨어가 아이테니엄2로 이식(포팅)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선과 IBM은 실제 HP의 아이테니엄으로의 마이그레이션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래리 싱어 선 경쟁전략 부사장은 “HP가 아이테니엄을 받아들인 것을 우리는 환영한다”고 말할 정도다. 싱어 부사장은 “이전에는 HP 고객들을 우리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게 어렸웠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이제는 이왕 마이그레이션할 바에는 비용이 비슷한 반면에 보다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을 갖춘 선을 채택하라고 권유하는 등 차후 영업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IBM 역시 윈도서버 시장을 겨냥해 아이테니엄2를 내장한 서버를 판매하기는 하지만 내심 자사의 파워 칩 기반 하이엔드 서버로 HP의 마이그레이션 틈을 공략, 하이엔드 서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9년간의 개발 끝에 지난 2001년 5월 첫선을 보인 아이테니엄 칩은 기대와 달리 판매가 부진했는데, IDC는 지난 3년간 아이테니엄 서버 판매량이 1만대도 안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칩 개발을 포기한 HP의 선택은 오직 아이테니엄2를 가지고 전진하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