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스(SARS)의 위험도 제거되고 재고도 소진이 되었는지 얼어붙었던 중국 단말기시장이 조금씩 풀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중국을 경계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중국에서 가장 조심할 점은 사스가 아닌 중국인의 상도에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일본의 한 업체와 거래를 하면서 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일이만개가 아닌 몇십만개 정도였으니 그리 간단히 취소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었고 대개의 일본업체가 그렇듯이 현지 판매법인은 매일 전화를 걸어 언제쯤 재고를 수령할지 독촉을 해왔다. 최종구매자(end buyer)인 사업자의 얘기만 듣고 왕창 발주를 냈던 우리는 고스란히 재고를 껴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일본의 제조업체, 판매법인과 마라톤 회의 끝에 일부는 사고 일부는 취소, 또 일부 재공품은 손해를 분담하는 형태로 마무리지었다. 그래도 우리의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일본업체도 물량을 처리하느라 꽤 고민을 한 것 같다.
작년에는 그 반대의 상황이 생겼었다. 최종구매자인 중국업체가 꽤 많은 물량을 계약해 많은 자재를 발주했다. 통신자재가 대부분 그렇듯이 장납기 부품 때문에 미리 발주를 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물량을 가져가는가 싶더니 두번째 선적이 끝날 때쯤 예상했던대로 가격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상황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재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 상대방은 의도적으로 물량을 사가지 않는 것이 아닌가. 결국 시간 끌기에 성공한 상대방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것도 팔 수 있는 일부 물량만 가져갔다. 그나마 계약 물량을 전부 다 발주를 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것을 전부 다 중국업체의 문제로만 보지는 않는다. 정확한 정보와 시장예측으로 재고를 쌓아놓지 않았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은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이런 재고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도를 맞은 업체도 부지기수다. 오히려 이런 얘기를 듣고 난 후 미안해하기는커녕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일본과 비교하면 정말 상도의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대륙과 반도, 섬나라의 차이인가. 아니면 개방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계약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가. 내가 보기에는 중국시장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중국을 향해 달려가는 미국업체들을 보라. 미국의 Q사는 한국과의 계약을 어기면서까지 중국의 로열티를 낮춰주고 중국을 가려 한다.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의 미국도 중국에 대한 말투가 틀린 정도니 말이다.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에 접근하는 우리에게는 다윗의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SCD정보통신연구소 박찬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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