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인상우회의 초심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선인산업의 부도로 시작된 용산 선인상가 소유권 및 임대차 계약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선인상가상우회가 매장 임대권자인 기존 임차인조합을 배제한 채 매장 임대차 계약에 독자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분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임차인조합 측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 선인상가상우회장과 집행부가 다수 상인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서울지법 판사에게 탄원서를 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탄원서 내용은 상가 점유자인 상인들이 직접 건물주와 계약을 맺고 임차인의 신분이 돼야 생존권 보장 및 상가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선인상우회가 상가에서 실제로 영업을 하는 다수 상인을 등에 업고 오로지 상인만의 실리를 취하려 한다는 점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건물주인 지포럼AMC와 임차인조합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틈을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겠다는 의도는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속내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올초 선인상가상우회장이 새로 선출되고 상우회 집행부 전체가 바뀔 때만 해도 선인상우회는 지포럼AMC나 임차인조합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인의 권리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우회 집행부가 교체된 배경에는 과거 상우회가 지포럼AMC와 밀착돼 전체 선인상가 상인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최근의 사태는 현 상우회가 과거 상우회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건물주와 임차인조합간의 법정 공방이 해결된 후에 임대차 계약에 관한 입장을 밝혔어도 충분할텐데 불쑥 건물주의 입장에 선 것처럼 비쳐지고 있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 서서 전체 상인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연초 선인상가상우회의 초심이 다시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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