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과학의 선구자로 평가돼 ‘경이(驚異)의 박사’로 불린 영국의 로저 베이컨은 1250년 “어느 날인가에는 말이나 동물에 의하지 않고 자체의 힘으로 달리는 차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로부터 550여년이 지난 1801년 실용성을 갖춘 증기자동차가 영국에서 완성됐다.
1826년 W 핸목이 만든 10여대의 증기자동차(버스)가 런던 시내와 첼트넘 사이를 정기운행, 실용화된 자동차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이 정기버스는 22명까지 탈 수 있고 평균속도는 시속 16∼23㎞였다고 한다. 이후 증기자동차가 점점 늘어나면서 런던에선 마차를 끄는 말이 자동차 소음에 놀라 이러저리 날뛰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영국 의회는 1865년에 말을 놀라지 않게 하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1대의 자동차에 3인의 운전수를 두고 그중 한 명은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60㎞ 앞을 달려야 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6.4㎞, 시가지에선 3.2㎞로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1896년까지 존속하면서 자동차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영국이 독일 등에 자동차 산업을 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금 세계 각국이 앞다퉈 도입하고 개발하는 정보화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뒤지지 말자”는 각오로 질주해왔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에 외국인들이 놀라는 수준에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한켠에선 정보화와 인권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마치 산업사회 태동기의 자동차와 ‘붉은 깃발법’처럼. 학생의 인권침해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본질적인 교권 차원의 문제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정보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하게 보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는 학교나 교육당국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만 담으면 된다. 교사가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 나갈 사안이 아니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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