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노범석
올 1월부터 5월 말까지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CEO 변경을 공시한 기업은 총 130개사라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등록기업이 860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불과 5개월만에 15%의 기업에서 CEO가 교체된 것이다. 이렇듯 급박하게 CEO가 교체된 원인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인한 경영진 교체와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성 인사라고 볼 수 있다. CEO의 교체는 기업가치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고 볼 때, 투자자들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기업 CEO를 포함한 국내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이 2.8년인 데 반해, 소유경영자(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최대 주주 2인 포함)의 평균 재임기간은 7.1년으로 전문경영인의 재임기간이 극히 짧다는 조사 또한 이러한 우려를 입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조직원·정부·투자자·주주·언론 등 기업 이해 관계자들은 CEO의 재임기간에 비해 이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많고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높다. 지난 2001년 미국의 한 홍보회사가 기업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CEO의 명성이 기업 명성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업자산이며 기업가치평가 1위 요소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짧은 재임기간에 CEO를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는지 한번 되새겨 볼 만하다.
필자가 여러 CEO들과의 인터뷰, 해외사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CEO가 경영성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3년 미만의 재임기간은 기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서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책임성을 갖기에는 너무 미비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너무 잦은 CEO 교체로 인해 기업이 안게 되는 문제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첫째, 경영의 일관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기업처럼 기업경영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은 기업일수록 CEO 교체에 따른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CEO의 개인능력에 의존해서 성장한 기업일수록 그 영향은 훨씬 크다.
둘째, 조직원들은 자신의 일보다 교체된 CEO에 적응하는 시간에 더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CEO의 경영전략이나 경영방침이 새롭게 수립될 때까지 조직원들은 일에 전념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더불어 새로운 CEO가 취임할 때마다 잦은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이에 대한 실천방안이 없기 때문에 점점 설득력을 상실하게 되어 조직문화가 혼란스러워질 우려가 있다.
셋째, CEO 교체로 기업가치가 하락될 우려가 있다. 전임 CEO의 전략이 미처 결실을 맺기 전에 교체됨으로써 이전에 이뤄진 자원배분 의사결정이 무용지물이 되면 결국 기업자원이 낭비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도 CEO 승계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가 됐다. GE 크로톤빌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후계자 양성학교다. 제프리 이멜트가 이 학교를 통해 잭 웰치의 후계자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의 소니 역시 10년 후 CEO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글로벌 리더십 세미나’ ‘소니 2010’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니대학을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공과대학이 핵심인력 육성과 자기계발을 위한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후계자 양성학교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CEO의 후계자 양성, 즉 승계 프로그램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내부인력을 핵심인재로 키우고 CEO 양성이 기업가치에 더욱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CEO 승계 프로그램이 잘 구비된 회사일수록 기업가치가 높게 나타날 것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저서에서 단계5 리더의 조건으로 내부 승진자를 양성하여 핵심인재를 육성하는 사항을 꼽고 있다. 이는 비전을 세워 한배를 탈 사람을 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갈아치우는 형태가 아니라, 함께 배에 승선할 사람들을 구해 함께 비전을 공유해나가는 위대한 기업 역시 지금 CEO들에게 필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사전훈련과 엄격한 선발절차를 거쳐서 선발된 CEO가 있는 회사는 주주·조직원·기업의 이해 관계자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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