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5조원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어제만해도 수원사업장 근처에는 화물연대의 화물 운송 방해를 막기 위해 경찰이 빽빽히 배치됐지만 화물연대와 정부의 노정협상이 타결이 된 15일에는 대부분 철수해 한가롭기까지 했다.
가장 더운 오후 2시께 수원사업장 2단지 에어컨 하적장에는 쉴새없이 지게차가 에어컨을 실어 컨테이너에 담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삼성전자 용역업체 사원들의 얼굴은 땀범벅이지만 결코 싫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수원사업장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토로스물류주식회사의 수출 물류팀 남기현 차장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화물연대 파업으로 비상 대기하면서 거의 12시가 돼야 퇴근했으나 오늘은 맘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광주사업장의 경우 아직도 화물 적체가 심해 수원작업장 직원을 파견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화물연대 파업에도 불구하고 인천항과 철도 운송 그리고 미리 확보한 컨테이너 덕분에 포항, 울산지역과 달리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까지 파업이 확대되면서 지난 13일에는 80여 TEU의 화물이 그대로 수원사업장 야적장에 쌓이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남 차장은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를 비롯한 인천, 광양, 부산항에 10여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수시로 수송대책을 세우는 등 지난 며칠간은 정말 눈코뜰새 없이 보냈다”며 “다행히 파업사태가 해결돼 곧 정상적인 수출입 업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원사업장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화물연대 파업을 감안한 생산 감축으로 현재 평소보다 10∼20% 적은 100TEU만을 수송하는 등 여파가 남아있는 상태다. 에어컨 사업부의 한 직원은 남 차장을 보자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며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괜한 기업들만 고생을 했다”며 정부의 늑장대응을 질책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직원은 “15일까지 화물연대의 파업이 계속됐다면 수원사업장도 조업 단축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로 긴박했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측은 “삼성전자의 경우 3월부터 화물연대의 파업움직임을 체크해 미리 컨테이너를 확보하고 비상 수송대책을 강구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정보를 정부측에도 귀띔했으나 정부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이제 정상을 되찾고 있다. 공장 내 도로에는 컨테이너가 짐을 싣고 어디론가 쉴새없이 가고 있으며 에어컨, TV, 공조기, PC 등 각 공장에는 컨테이너와 지게차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공 컨테이너를 수송트럭에 싣는 모습을 사진기로 담자 화물연대 소속 한 운전자는 “이제 파업은 끝났는데 웬 사진이냐”며 “더 걱정할 필요없다”며 활짝 웃었다.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삼성전자측은 “정부가 앞으로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불안한 모습이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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