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무력화한 고려아연 상호주…법조계 “묘수 가능성 커”

고려아연이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MBK·영풍의 적대적 M&A를 저지한 가운데, MBK-영풍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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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MBK-영풍 측은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SMC가 영풍의 지분 약 10.3%를 취득하면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자 '탈법', '원천무효' 등을 주장하며 공정위 신고와 함께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법률을 살펴보면 이번 지분 취득에 따른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흔한 사례가 아니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호주 선메탈코퍼레이션(이하 SMC)은 임시주총 전날인 지난 1월 22일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했다. 또 같은 날 곧바로 영풍 측에 이와 같은 주식 취득 사실을 통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은 상호주를 보유하게 돼 상호 보유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됐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 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며 이른바 '상호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장인 박기덕 사장은 주총 당일 이를 근거로 영풍 지분 약 25.4%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런 방식으로 적대적 M&A를 저지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않는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실제 상호주 형성에 의한 경영권 방어를 적법한 수단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법 제342조의3(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여 취득한 때에는 그 다른 회사에 대하여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의 입법 취지에 관해 “이는 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 이상을 취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경영권의 안정을 위협받게 된 그 다른 회사는 역으로 상대방 회사의 발행주식의 10분의 1 이상을 취득함으로써 이른바 상호보유주식의 의결권 제한 규정(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서로 상대 회사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방어 조치를 취하여 다른 회사의 지배 가능성을 배제하고 경영권의 안정을 도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SMC가 '외국회사'이자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에 따른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SMC가 보통주를 발행하고 정기적으로 이사회를 여는 등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SMC의 국적이나 회사 형태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우선 상법상 '외국회사' 논란을 살펴보면, 앞서 법무부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결격사유를 규정한 상법 시행령 제34조 제5항 제3호의 '다른 회사'에 외국회사가 포함되고, 상법 제398조 자기거래에서 거래 상대회사인 모회사의 다른 자회사가 외국회사라고 하더라도 해당 조항이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이는 고려아연 자회사 SMC가 취득한 영풍의 주식 역시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고려아연 측은 SMC가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 공공기관에 등록된 SMC의 공식 명칭은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이다. 여기서 회사의 종류를 가리키는 'PTY LTD'는 △자본금 △주식 △주주유한책임 등 세 가지를 본질로 하는 주식회사의 일종이라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 50인 이하의 주주로 구성되는 비공개 주식회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리 법원에서도 'Pty Ltd'를 '비공개 주식회사'라고 판결문에 기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SMC의 자본금이 출자 지분이 아닌 주식(share)으로 구성돼 있고, 보통주식을 발행한 사실로 근거로 제시했다. SMC가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점도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와 유사하며 유한회사와는 다른 차별 포인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김성영 전 국회 보좌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상법에서는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초과해 가지고 있을 경우 두 회사는 상대방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중략) 여기에서 문제는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의결권이 제한되는 게 맞는데 유한회사의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보좌관 지적대로 SMC가 '유한회사'라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SMC를 상법상 '주식회사'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SMC가 취득한 영풍의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MBK·영풍 측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제21조, 제22조는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금지가 '국내 회사' 내지 '국내 계열회사'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SMC의 경우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는 게 법조계 견해 중 하나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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