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대역 초고속 휴대인터넷 정책토론회

 국회사이버문화연구회 회장인 허운나 의원은 1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서 정부·업계·연구소 등 9명의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2.3㎓ 대역 초고속 휴대인터넷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자신문이 후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허운나 의원을 비롯해 KT 고종석 차세대무선팀 상무, 하나로통신 신기술사업실 고진웅 상무, SK텔레콤 차세대무선인터넷사업추진본부 서종열 상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무선시스템연구부 안지환 박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오세영 상무, LG전자 기간통신사업부 임병근 박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표준화본부 진병문 박사, 데이콤 무선사업팀 최종선 팀장 등 참석자들은 통신서비스·장비업계, 정부·표준기관·연구소 등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날 발표한 내용 및 토론결과를 요약 소개한다.

 

 ◇주제 발표 - ‘2.3㎓ 대역 휴대인터넷 주파수 정책방향’ 정보통신부 조규조 주파수과장

 정보통신부는 종전 가입자회선(WLL) 용도의 2.3㎓ 대역을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한’ 고속무선접속용으로 활용키로 지난해 2월 확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3㎓ 대역의 주파수 분배를 변경 고시하고, 고정 및 무선표정 업무로 구분된 현행 분배표에 이동업무를 추가했다. 또 세부 용도로 ‘휴대인터넷’용으로 분배하는 대신 종래의 WLL 용도는 폐지했다. 또 정부는 2.3㎓ 대역 휴대인터넷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단일 표준을 채택키로 결정했다.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망 구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사용자들에게 전환비용 부담을 해소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어떤 기술방식을 채택할 것인지를 결정한 뒤 그 기술방식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표준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표준화 주체로는 6월까지 한국정보통신표준화기관(TTA) 주관아래 관련 사업자·제조업체·학계·연구소 등의 전문가들로 ‘휴대인터넷 표준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내 적용 기술방식의 표준화에 착수하는 한편, 주파수 할당 및 사업자 허가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토론자 발표

 △KT 고종석 팀장=휴대인터넷 조기상용화가 절실하다. 최근 해외 상용화 사례 등을 볼 때 국내 업계가 시장진입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연내 사업자 선정이 필요하다. 또 유무선 사업자간에 공정경쟁과 주파수 이용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자 선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 시장규모에서는 2개 사업자가 적당하다.

 △하나로통신 고진웅 상무=비동기식 IMT2000(WCDMA)과는 위상설정에서 다소 혼란이 있으나 휴대인터넷은 3세대(G) 이동전화 서비스를 보완할 별도의 시장영역으로 간주해야 한다. 2.3㎓ 주파수는 가급적 조기에 할당해야 하며, 현재 유선사업자들이 제공중인 무선랜 서비스와의 연계성, 중복투자방지 등을 고려할때 유선사업자에게 사업권이 돌아가야 한다.

 △SK텔레콤 서종열 상무=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을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서비스 상용화 시기는 국내 기술이 확보된 시점이 적절하며, 기술표준 또한 우리가 자체개발한 기술을 중심으로 한 단일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른바 3.5G 서비스로 간주되므로 기존 무선사업자를 위주로 주파수 추가할당이 이뤄져야 한다.

 △ETRI 안지환 박사=휴대인터넷 기술은 저렴한 가격에 고속으로 무선 전송용량이 커야 하고, 주파수 효율이 탁월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오는 2005년 휴대인터넷 상용화 시점에 맞춰 국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외국기술을 성급히 도입해서는 안된다. 기술방식과 더불어 표준화는 국내 통신산업 발전과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돼야 한다.  △삼성전자 오세영 상무=삼성전자는 ETRI와 공동으로 휴대인터넷 국내기술(HPi) 개발에 공동참여하는 한편, 자체적인 상용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3㎓ 대역에 10㎒의 대역폭, 섹터당 최대 30Mbps에서 50Mbps급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단일표준·국산화라는 모토 아래 오는 2005년 상용기술 개발일정을 최대한 맞출 계획이다.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LG전자 임병근 상무=3G 투자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장비산업을 위해서도 휴대인터넷 기술표준과 사업권은 조기 확정돼야 한다. 또한 기술방식은 복수표준을 허가해 시장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기술을 선도입하되 상용성이 검증돼 있고 상용개발 단계에서는 국산화가 용이한 기술을 채택해야 한다. 해외 시장진출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TTA 진병문 본부장=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표준화작업에 착수하면 내년 상반기면 표준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다. 해당기술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평가를 병행하고 그 결과를 표준화작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표준화 과정에서는 기술의 우수성과 더불어 지적재산권(IPR) 관련 로열티 수준도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

 △데이콤 최종선 팀장=휴대인터넷은 WCDMA나 무선랜과 상호보완적인 시장관계다. 해외의 활발한 움직임을 볼 때 ‘타임투마켓’이라는 측면에서 조기상용화는 불가피하다. 휴대인터넷 주파수는 유무선 통신시장의 균형발전과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유선사업자에게 분배되는 것이 타당하다.

 ◇토론쟁점

 이날 토론회에서는 당초 뜨거운 공방이 예상됐던 주파수 할당시기와 기술방식, 표준화 현안은 물론 심지어 사업권 영역 주장까지 제기되며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정통부 조규조 과장이 “주파수 할당시기와 사업자 선정방식 등 제반 추진계획을 연내 확정하겠다”는 종전의 모호한 입장만을 되풀이한 반면, 사업자들은 한참 더 나아가 서로 자신의 사업영역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주파수 할당시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KT·하나로통신·데이콤 등 유선사업자들이 ‘연내’로 못박아 주장한 반면, SK텔레콤은 국내 기술개발이 완료되는 2005년께야 맞춰야 한다고 맞섰다.

 하나로통신 고진웅 상무는 “조기에 휴대인터넷 주파수 할당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선랜 등과 연계한 대규모 시설확충이 불가능하고 중복투자도 우려된다”며 “최적의 외국기술을 선정해 기술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서종열 상무는 “상용서비스를 1∼2년 먼저 제공하는 것보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시장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3G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마당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기술방식도 표준화도 쟁점 사안이었다. 유선사업자와 LG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기술을 개발하되 외국기술 선도입 및 복수표준 채택을 주장했다. 개발일정에 맞춘 국내기술 개발을 장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기상용화를 위해선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삼성전자는 국내 산업체질 강화를 명분으로 국산화 및 단일표준을 내세웠다. 삼성전자 오세영 상무는 “CDMA 이후 국내 핵심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휴대인터넷 장비 분야를 성급하게 외국에 의존해선 안된다”면서 “공동표준화·기술개발은 물론이고, 삼성전자도 일정에 따른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산 ‘HPi’ 기술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ETRI 안지환 박사도 내년 상반기까지 시스템 개발을 자신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외국기술을 선도입한 후 국산기술로 업그레이드’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 의견차를 보였다. SK텔레콤과 표준화기구 전문가들은 “현재의 외국기술이 사실상 상용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섣불리 도입하면 향후 원천기술 의존에 따른 폐해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LG전자 임병근 상무는 “휴대인터넷 외국기술은 기초기술에 해당하며 국내에서 조기 도입해 상용기술로 개발하면 과거 CDMA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사업화를 이뤄낼 수 있다”면서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이나 로열티 유출 등은 막연한 우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간 사업권 논란은 이날 토론회의 막판 쟁점이었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휴대’라는 말만 들어가면 모두가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몫이냐”면서 “SK텔레콤의 영역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서 상무는 “휴대인터넷은 기술발전 경로상 4G 서비스의 전단계인만큼 기존 이동전화사업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유선사업자를 추가 선정할 경우 또 다시 대규모 중복투자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전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초기 휴대인터넷 사업제안을 했던 두루넷 관계자는 “당초 주파수 회수 및 재활용 건의의 취지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대중화라는 관점이었다”면서 “전반적으로 이동전화 서비스와의 보완재로서 기존 무선시장과는 다른 지위 설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간 짝짓기 논쟁?

 이날 토론회에서 8개 업체·기관을 대표한 전문가들은 주파수 할당시기와 기술방식·표준 문제를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꼭 절반씩 상반된 양대 진영으로 엇갈려 눈길을 끌었다.

 약간의 의견차를 제외하면 KT·하나로통신·데이콤 등 3개 유선사업자와 LG전자는 조기상용화 및 외국기술(복수 표준) 선도입을 주장하는 쪽. 유선사업자의 경우 무선시장에 비해 비교적 열세였던 성장구조를 휴대인터넷의 조기도입을 통해 만회하고 차세대 유무선통신시장의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다. 원래 2.3㎓ 대역 주파수를 보유했던데다, 효율적인 인프라 투자 및 유무선 통신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역시 사업권도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비업체인 LG전자의 경우 명분은 공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현재 국낸기술(HPi) 개발작업에 불참하고 있어 결국 업체간 이해에 따라 논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HPi 개발의 핵심주체로서 점진적인 상용화 및 국산화에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다. 국내 표준화 기관인 ETRI·TTA도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선뜻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내심 같은 주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유선사업자들의 발목만 잡는다는 오해를 받았던 SK텔레콤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국내 통신산업의 단계적인 발전과 체질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또한 참석기관 가운데 유일한 무선사업자였던만큼 휴대인터넷이 자신의 영토임을 외롭게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Pi 개발 참여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240억원)을 집중하고 있는 핵심주체. 미래시장성과 독자개발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에서 외국기술 도입을 통한 조기상용화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해당사자인 통신사업자들과 장비업체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던 정통부나 ETRI·TTA는 양측의 공방이 진행되면서 국산화 및 정책불신의 목소리가 나오자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한편 KTF·LG텔레콤 등은 유선사업자인 관계사의 입장을 고려해 불참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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