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 캔디

◆이의근 경북도지사 eglee@gb.go.kr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는 한 나라나 지역의 이미지,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다. 일류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 지역들은 저마다 액션 프로젝트를 가동,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정부는 블레어 총리 집권 이후 바로 ‘새로운 영국’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빅벤(Big Ben)과 근위병으로 표상되는 전통적 이미지가 너무 보수적이라는 판단아래 국가브랜드를 ‘법의 나라 영국’에서 ‘멋진 나라 영국’으로 바꿨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에서 천만명 이상의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컴퓨터 게임 ‘툼 레이더(Tomb Raider)의 캐릭터 라라 크로포트를 명예 친선대사로 임명하여 새로운 상징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쿨 브리태니아’의 이미지를 상품에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자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이고 전략적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 투어레이싱(http://www.tourracing.com)이라는 상품을 내세워 ‘문화경북’이라는 상품을 히트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지역마케팅사업을 도입했다.

 지역의 이미지와 매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투어레이싱은 공공기관에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다.

 문화관광을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게임과 행정을 접목시킨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 게임으로 관광객을 유혹하자는 작지만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그야말로 게임을 해 본 청소년들과 네티즌들을 잠재 관광객으로 만들고 지역으로 유인하려는 ‘디지털 캔디’인 셈이다.

 이를 통해 문화를 몸으로 부딪치며 눈으로, 소리로, 느낌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게임을 즐기면서 지역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다. 자치단체의 마케팅 방식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영상물과 화보 형태로 나누어 주고 홈페이지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고전적인 행정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끌지 못한다.

 정보기술(IT) 강국 한국. 분명 우리나라는 IT를 매개로 새로운 변화와 기대로 충만해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세계 1위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국임을 인정하며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 꿈을 한국이 실현했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정보강국이라 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인터넷 인프라는 이루었지만 그 위를 달릴 자동차가 구식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터넷 문명의 꽃은 말 그대로 문화콘텐츠다. 콘텐츠가 없는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는 상상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정부나 지자체들이 하드웨어 중심적인 IT화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콘텐츠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방에는 아직 게임관련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고부가가치산업인 게임산업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미래를 내다보는 문화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이 가진 무한한 자원을 IT와 접목시켜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의 친근성, 즉 어메니티(Amenity)를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북돋아 주어야 한다.

 투어레이싱처럼 행정에 게임을 접목할 수 있었던 것은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 변화를 준비하거나 대비해서만은 2등밖에 할 수 없다는 인식때문이다.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원격영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해서 행정혁신을 선도하고, 인터넷 새마을운동을 주창해 정보격차 해소에 노력해 온 것도 이처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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