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만 특허청장
야구에서 변화구를 처음 구사한 선수는 누구일까.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캔디 커밍스(Candy Cummings)라는 메이저리그 투수로 알려져 있다. 캔디 커밍스는 변화구를 구사하며 당대 최고의 투수로 자리잡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캔디 커밍스 이후 오늘날에 이르러 야구에서 투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타자들도 선구안이 더욱 좋아지고 약아져서 변화구를 구사하지 못하고 직구만 던지는 투수들이 더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
직구만 던지는 투수는 공을 아무리 빨리 뿌리더라도 좋은 성적을 얻기가 어려워지면서 주전선수 자리를 맡기 힘들게 됐다. 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직구만 잘 치고 변화구를 잘 치지 못하면 역시 주전선수가 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걱정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우리 경제의 주전선수들은 누구인지 생각해보자.
자동차,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반도체는 80년 우리나라 전체수출의 2.5%만을 차지하던 것이 2002년에는 10.2%를 차지하며 수출 제1위 품목이 될 만큼 성장하여 명실상부한 우리 경제의 주전선수가 됐다. 하지만 우리의 주전선수는 한 가지 기술에만 익숙한 나머지 쉽게 경쟁력을 잃게 되는 야구선수와도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세계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D램 시장의 44%를 차지하며 93년 이후 11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87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인텔에 이어 세계 2위의 반도체 매출실적을 기록하였다. 실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상당한 강점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비메모리부문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매우 취약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설계기술의 경우 선진국 수준의 50%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D램을 제외한 우리나라 기업의 반도체 부품 수요의 9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은 시스템온칩(SoC:System on Chip)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시스템온칩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등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아, 반도체가 곧 시스템이 되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온칩 시장을 선점하지 못할 경우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선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반도체 전쟁의 최후의 결전장이 ‘시스템온칩’으로 서서히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온칩 시장을 선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메모리 분야, 그리고 비메모리 분야 따질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기술 강국이 돼야 하는 것이다.
특허청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지난 2001년 ‘반도체 설계자산권 진흥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온칩화에 필요한 재사용 가능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거래시스템 구축,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및 우수 반도체 설계자산 창출 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수출 주전선수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반도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확보된 메모리 분야의 성공에 취해 있기만 해서는 안된다. 세계에 보여준 한국의 D램 저력을 시스템온칩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풀어가야 할 때인 것이다.
주전선수, 그것은 그냥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 강국을 향한 집중적인 투자, 끊임없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dongman@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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