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경제사절단의 미국 방문이 오는 11일로 다가온 가운데 반도체 산학계가 인텔의 한국공장 유치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관계자들은 인텔의 차세대 공장을 유치하게 되면 유관산업의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침체돼 있는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 때문에 이번 방미에서 투자유치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애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주에 사활 건 장비·재료 업계=인텔의 새 공장이 설립되면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장비·재료업체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300㎜ 웨이퍼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12라인에 25억달러(한화 3조원)를 투입하는 사례를 본다면 새 공장 설립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지를 예측할 수 있다. 더욱이 인텔의 투자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비·재료업체들은 벌써부터 준비에 나섰다.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 노벨러스, 알박 등 인텔의 기존 협력 장비업체들은 본사와 연계해 국내 산업인프라와 관련정보를 수집, 제공하고 있고 동진쎄미켐, 에스엔에스텍, 신성이엔지, 한양이엔지, 성도이엔지 등 국내 클린룸 및 재료 업체들도 대응 마케팅 전략 수립에 나섰다.
반도체 장비업체 싸이머코리아 팽재원 사장은 “현금지원이 가능하고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수 인력과 반도체 인프라를 갖춘 한국에 인텔이 못 들어올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는 산업파급 효과를 고려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희비 엇갈리는 학계·업계=이공계 기피 현상, 하이닉스 처리 문제 등으로 후학 및 연구진 양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계와 연구계는 인텔의 공장유치가 우후죽순 빠져나가는 인재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교수는 “인텔이 아무리 외국계 공장이라고 하지만 생산인력과 핵심 인력들을 한국에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공대 기피가 만연하고 있는 교육현장에 소위 ‘인텔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기존 반도체업체들은 인텔공장이 들어서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이 인텔 쪽으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삼성전자 인사담당 관계자는 “당장 큰 여파는 없겠지만 실제적인 액션이 취해졌을 때 직원들이 동요할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관련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실효’ 얼마나 있을까=그러나 인텔의 공장을 유치하더라도 예상처럼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텔의 최첨단 공정기술의 우위를 유지하고 빠른 수율향상을 위해 전세계 모든 생산라인을 동일한 레이아웃과 장비를 쓰는 ‘Copy Exactly’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지사의 사무실 인테리어도 미국 본사와 똑같이 설계돼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한국에 새 공장을 짓더라도 기존 장비·재료 거래선과 주요 기술 인력들을 모두 데려와 사실상 핵심에 해당하는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얻을 실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인텔 투자유치를 위한 우리 정부의 캐시그랜트 제도 등이 오히려 ‘내국인 역차별’이 돼 국내 산업계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투자유치가 동북아 경제 허브 건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떤 이익을 가져올 지 보다 냉정한 손익계산과 밑그림을 그려 전략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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