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포항공대 총장대행
지난 4월 27일부터 30일 새벽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비록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대에 못미쳤으나 양측의 노력으로 결렬되지 않고 6개항으로 된 공동보도문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이 공동보도문 중 네번째 항목인 남북협력사업에 관한 것은 괄목할 만하다. 즉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행사와 개성공단 건설 착공식, 금강산관광사업문제, 동포애적·인도주의적 문제 등 협력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이달 19일부터 22일까지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 중에서 경의선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은 IT교류·협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과 6·15공동성명 발표 이후 여러 분야에서 남북교류가 이뤄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IT분야다. 이것은 남북정상이 모두 21세기 정보시대에 있어 IT가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했고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의 중관춘 지역과 상해의 푸둥지역을 방문한 후 북한의 열악한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IT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신의주특구 설정도 발표했으나 차질이 생겼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개성공단의 조기건설이 아닌가 한다. 남북이 개성공당 조성사업 착공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그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11월에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공포함에 따라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가시화됐고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단사업을 합의한 현대아산은 이미 공단조성 부지에 대한 측량 및 토질조사 작업을 끝낸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하루속히 조성사업을 끝내고 남한의 기업이 진출하는 것이며 수백개에 달하는 남한의 기업이 진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로 출범한 노무현정부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경의·동해선 연결을 통한 대륙과의 육로연결체제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개성공단에까지 그 효과를 확산하는 그랜드플랜을 마련했다. 즉 지역적으로 근접한 인천·서울과 함께 북한의 개성공단을 하나로 묶어 이 지역을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한반도 허브 기지로 삼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경우 이 지역은 노동력 등 비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생산기지의 하나가 될 전망이며 남한의 경공업 분야 중소기업이나 IT분야 벤처기업 진출이 왕성하게 되어 개성공단이 남북경제협력의 한 축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동안 북핵문제로 개성공단사업이 지연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원만히 해결되는 것이 급선무이겠으나 다른 모든 사업을 그 후로 미룰 수만은 없다. 북핵문제 해결노력과 함께 남북경제협력, 특히 IT분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수행해야 한다. IT분야의 남북협력 추진분야를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남한의 자본 및 상업화 기술과 북한의 이론 및 소프트웨어 우수인력을 접목해 경쟁력있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특히 애니메이션·디지털만화·가상현실 분야가 유망하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IT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IT인력 양성을 추진해야 하며 표준화문제 해결과 국제프로젝트의 공동수행도 필요하다. 남북 IT분야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고려할 점이 많겠으나 다음 몇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서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인내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셋째, 바세나르 협약, 전략물자수출법 등 지체요소가 되는 규정이나 법률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넷째, 북한은 인터넷을 수용하여 사이버공간을 통한 IT교류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다섯째, 남한의 기업은 처음에는 투자개념으로 협력에 임하고 이윤을 내기 위한 윈윈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차원의 ㅔ남북 공동 IT교류 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협력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5월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개성공단조성사업의 조기달성과 IT분야 교류·협력이 심도있게 다뤄지기를 기대해본다.
parkc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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