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PP들의 현실

◆IT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하다. 지난해 주요 흑자 PP를 보면 대기업 계열의 MPP와 지상파TV 방송사의 MPP에 지나치게 한정돼 있다. 단일 PP 가운데는 MBN과 한국경제TV·어린이TV·동아TV 등만이 흑자를 기록했다.

 최대 흑자를 낸 MBC드라마넷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BC의 드라마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는 PP고, 지난해 큰 매출을 기록했던 온미디어의 영화채널 OCN과 캐치온,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도 프로그램을 구입해 송출하는 채널이다.

 이들 PP는 자체 제작에 소요되는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작품 완성도가 높은 프로그램들을 구입해 방송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자체 제작 PP보다 흑자폭이 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구입하는 프로그램이 드라마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 영상물이라는 점이다. 문화적 측면의 영향력과 국내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 방송시장 개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외국 프로그램은 오래전에 우리 안방의 아랫목을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방송 콘텐츠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기대하기란 무리일 수밖에 없다. PP들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수신료 배분에서 적절히 대우받지 못한다. 광고시장에서도 지상파TV 방송사들에 밀린다.

 흑자를 못내니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테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청자의 외면은 다시 수익악화로 이어진다.

 지난 2001년 PP등록제 실시 이후 전체 PP들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과 동종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PP는 손에 꼽을 정도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이미 출범했고 디지털 케이블TV가 올해안에 상용서비스에 들어간다. 다채널 디지털방송 시대를 앞두고 국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업계의 눈물겨운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어떤 업종이든 사업자간 불균형은 결국 시장왜곡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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