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지역사회와 집적단지

◆배성열 안산테크노파크 원장 sybae@web.antp.org

 오늘날 세계는 인터넷 대중화와 가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빠르게 지식정보 사회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지구촌화를 더욱 촉진함과 동시에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도약의 시대는 앨빈 토플러가 지적했듯이 ‘변화’라기 보다는 ‘격변’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정도로 총체적 전환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얼마나 빨리 적응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공단 중심의 중소기업 기술고도화 전략과 첨단산업단지 조성 및 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산업집적단지 사업은 지자체는 물론 정부에서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산업집적단지 조성사업은 지식정보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공단의 취약성이 시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한 지역산업구조의 고도화 없이는 안정된 시민생활이 보장될 수 없다는 보다 절박한 지역경제의 현실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구책이 바로 산업집적단지 조성사업이라고 생각된다.

 산업집적단지 조성사업도 하나의 ‘벤처’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업운영의 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현황을 분석하고 명확한 지표와 세부실천 계획을 스스로 세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벤처’의 의미속에는 ‘모험’이라는 일반적 의미도 있지만 ‘개척과 창조’라는 의미와 함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따라서 기술고도화와 벤처창업 촉진을 추진하고 있는 집적단지 구축사업은 단순히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향한 개척과 창조의 정신,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쉬는 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산업집적단지 조성사업은 첨단기술과 벤처기업의 기업정신이 공단의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초래할 것이며, 제조업 중심의 지역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로 전환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아울러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은 과학기술이 시민의 주거문화와 결합된 테크노폴리스(technopolis)와 산업활동을 환경친화형으로 유도해여 환경친화적 공단(eco-industrial park)을 만들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국 광역시 단위로 2개 내외의 테크노파크를 조성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또한 최근들어 지역의 기술혁신을 통해 국가기술혁신 체계를 일신하려는 중앙정부의 노력 또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유럽의 기술창업과 지역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생산 집적단지는 대학을 중심으로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연구생산 집적단지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열쇠로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한다.

 한국에서도 테크노파크와 같은 집적단지 구축을 추진하는 관계자는 사업운영에 있어 기업, 기관, 대학을 유기적으로 접목시키는 데 있어 충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대학과 지역 연구생산 집적단지는 분리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전국의 8개 테크노파크가 대학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지닌 특성과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시스템을 구상하고, 대학교수와 학생창업을 적극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이 테크노파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현재까지도 국내의 지역 산업집적단지와 대학이 성공적으로 결합된 대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지역기술을 혁신하는 산학연시스템 구축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하고 대학과의 연계에 있어서도 기업, 기관 그리고 대학의 각 주체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와 합일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다양한 성공사례도 하나둘씩 나타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