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데이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무선ISP(MISP) 사업을 사실상 포기,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통한 경쟁도입 정책이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또 관련 솔루션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무선인터넷솔루션업체들도 사업 기회를 잃게 됐다.
데이콤은 최근 MISP 사업의 실효성이 없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데이콤 관계자는 “일단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여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KT 역시 MISP 서비스를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기로 결정, 사업이 상당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IDC의 부가서비스로 제공될 경우 유무선 연동 ISP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애초 취지에서 상당부분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나 데이콤 외에 하나로통신 역시 지난해 MISP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으나 최근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말 정부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을 고시, 무선인터넷망을 포털업체나 콘텐츠업체에는 게이트웨이까지, 기간통신사업자에는 망연동장치(IWF)까지 개방토록 했다.
이에 따라 포털과 콘텐츠업체는 독립적인 무선인터넷 사업을 벌일 수 있으며,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자사 유선 네트워크와 이통사의 IWF를 연동, 이통사와 유사한 MISP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MISP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이동통신사 이외에 다수의 MISP를 활성화시켜 유선인터넷처럼 무선인터넷 시장에도 경쟁 요인을 도입하겠다는 당초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
포털업체나 콘텐츠업체 역시 MISP로 이통사만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기간통신사업자의 MISP 시스템에 필요한 솔루션 공급을 기대했던 무선인터넷솔루션업체들도 사업 기회를 잃게 됐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MISP사업을 포기한 것은 수익성이 가장 큰 이유다. 일반 기업을 상대로 MISP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당장 큰 돈이 되지 않는다. 구조조정 등으로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수익성이 불투명한 신규 사업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정책수립 지연도 또다른 이유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선인터넷망을 개방한 것은 평가받을 일이지만 사업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정책을 만드는 데 2년 넘게 시간이 걸렸고 후속 조치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사내에서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MISP 사업을 밀어붙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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