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지적재산협회장 직무대리 장수덕 sdjang@itipa.org
이라크 사람들은 한심하다. 더 한심한 것은 자기 방식대로만 하려는 미군이다. 이라크 전쟁 보도를 보면 깊은 사정은 아직 잘 모르겠으나 삼국지나 손자병법도 안읽어보고 고대문명의 발상지를 겁 없이 쳐들어가는 미군이 한심하다.
지구의 반대편까지 가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유역으로 깊숙히 들어갈 생각을 하면서 아군이 희생당할 생각은 안했단 말인가? 오천년 문화유역에 풍수지리가 범상할 리 없고 문외한이 보아도 천혜의 요새다. 믿어지지 않는 것은 그것을 쉽게 넘보는 한심한 사람들이다.
또 있다. 우리나라에서 IT하는 사람들. IT경쟁도 소리없는 전쟁이다. 전략도 경쟁력도 없이 마구 부딪쳐보다가 안되면 나가떨어지는 무모한 사람들. 중국 땅에 왕창 몰렸다가 단체로 낭패하고 있는 텔레콤업체들. 안타깝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기술의 용도를 몰라 경쟁력을 잃고 지내는 우리들이다. 자기 곳간에 엄청난 지적재산을 쌓아놓았으면서도 그것을 풀어 장터에 내놓고 한판승부를 벌이지 못하고 오히려 애써서 번 돈을 외국회사에 기술료로 갖다바치는 기업들. 그것을 깨우쳐주지도 막아주지도 못하고 해마다 수십억달러의 외화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형편에 IT는 잘나가니까 정부가 도와줄 일 없고 자유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점잖게 뒷짐지는 사람들. 사업에 기초가 되는 기술에 대해 피할 수 없는 거금의 기술료를 내고 나면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자체를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다
매사에 때가 있는 법. 때라는 것은 기다리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놓치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첨예하게 발달하고 있는 통신기술을 보라. CDMA건 GSM이건 이제는 벌써 3세대, 4세대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2세대, 2.5세대 기술다. 우리가 가진 것을 지금 당장 활용하지 않으면 멀지 않아 때는 저만치 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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