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클러스터와 대학의 역할

 ◆안준모 건국대학교 교수 joonan@konkuk.ac.kr

 참여정부가 출범 직후 내세운 대표적인 산업정책 중 하나로 첨단기술이 뒷받침하는 동북아중심 국가실현을 위한 경제정책이란 것이 있다. 참여정부의 동북아중심 국가 정책은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5, 6개의 광역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 지원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최근 이 같은 지역 특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정부가 중점 추진한 벤처육성 정책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의 벤처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벤처육성 과정에서 차지한 대학의 역할과 위상이다. 벤처육성 정책에서 대학은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서 역할만을 수행해왔다. 대학이 벤처 및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적 연구와 기초기술의 진원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만이 남았다.

 동북아 핵심 첨단 클러스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이 가진 기초기술 역량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학교수 창업지원 정책을 이제는 연구역량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은 핵심기술 연구와 산업화를 위한 기술이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교수 창업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추세를 이 같은 정책추진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대학 창업 법인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기술거래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부처별로 제각각 지원하고 대학지원 정책은 통합돼야 한다. 자금지원과 그 효과, 지원과정과 경과는 단일화된 통합체계로 관리해야 한다.

 두번째로 첨단연구 결과의 상업화를 유도하기 위한 관련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첨단제품의 시장화를 위해 필요한 기초기술을 제시하고 관련기술을 연구하는 시스템이 우선 도입돼야 한다. 교수는 직접 창업하기보다는 핵심기초 기술연구에 그 역량을 집중하고 산업은 그 결과를 자연스럽게 받아 안아 글로벌 상품으로 키우는 생태계 조성이 아쉽다.

 세번째로 대학 창업보육센터는 기술 특허관리 및 상용화 촉진센터로서 기능을 갖춰 나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학에 설립된 거의 모든 창업보육센터가 이와 같은 기술특허 확보, 상용화 및 기술거래를 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도 대학 창업회사제도 도입에 성공해 대학의 근본적 기능을 핵심연구 개발에 두고, 상용화와 인큐베이션 기능을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 창업보육 기능이 시장을 직접 상대하여 승부를 하는 기업화 창업보육센터 개념으로 전락해버린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우리 대학 보육센터들이 창업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을 지는 몰라도 대학 본연의 기능을 갖춘 연구기반 창업보육 센터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학이 산업 클러스터의 핵심 두뇌로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대학의 글로벌화가 선행돼야 한다. 벤처열기를 타고 자본, 컨설팅, 정보화의 글로벌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대학의 수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수준을 단순히 업그레이드하는 전략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교수의 역할과 역량강화가 급속히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 대한 선별지원 및 특화 정책보다는 새로운 개념의 대학을 설립해 기존 대학과의 경쟁관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인도의 경우 정보기술 산업육성을 위해 산학이 일반 대학과는 전혀 다른 정보통신기술대학을 설립하여 새로운 대학모델을 제시했다. 핵심기술과 상황을 꿰뚫고 있는 역량있는 교수를 확보하고 이를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육성하는 연계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교수진 선발과 보상, 연구주제 선정, 연구과정 평가, 학생 선발과 고용이 하나의 체계처럼 움직이는 대학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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