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SW 다음은 데이터웨어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moon@kaist.sc.kr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는 데에는 대개 세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은 메모리반도체이고 다음이 휴대폰 및 개인용컴퓨터의 보급률과 통신망 기간시설 설치율, 마지막은 아마 휴대폰 제조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IT강국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IT강국이라고 만약 부른다면 강국치고는 소프트웨어 부문이 너무나 취약하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제법 규모 있는 소비국이기는 하나 원천기술 개발면에는 그야말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컴퓨터를 시스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고난도 기술이다.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엔진급에 해당하는 것이 운용체계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선, 애플 등이 주름잡는 동네다. 보조 엔진급에 해당하는 것이 데이터베이스 관리체계다. 이것 역시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 사이베이스 등이 겨루는 마당이다. 2차 보조엔진급에 해당하는 것이 전사적자원관리 체계로 이른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패키지다. 여기도 SAP, 오라클, 피플소프트 등이 겨루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동네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예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IT강국이 맞는가. IT중소국 정도로 불러준다면 어울리는 상황이 아닌가. 얼마 전에 노키아를 탄생시킨 핀란드를 IT강소국이라고 언론이 칭한 일이 있었다. 핀란드에 대한 평가 역시 상향조정돼 있는 점이 분명하다. 휴대폰사업은 IT의 작은 일부분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위에 든 기업 중 독일의 SAP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미국기업인 마당에 어찌해서 소프트웨어에 별 수월성이 없는 핀란드가 IT강국으로 평가받을 근거가 있느냐 말이다. 혹시 헬싱키대학 출신인 리누스 토발즈 덕분인 것인가.

 기업이 컴퓨터의 주요 소비주체인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기업이 보유한 전체 데이터를 한눈에 속시원히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에는 하드웨어도 속수무책이고 소프트웨어 역시 별 뾰족한 수가 없다. ERP는 그나마 데이터지도를 표현해보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지만 투명하게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고 비행기록장치처럼 아는 사람 몇 명만 해독 가능한 블랙박스 형태라 그야말로 유감이다.

 투명성 있는 회사 전체의 데이터지도가 확보 가능하다면 이런 지도는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다름아닌 데이터웨어다. 데이터웨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칭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데이터지도 자체를 단순히 부르는 말이다. 단지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일부가 아니고 전체라는 점만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하드웨어 대변자가 인텔이고 소프트웨어 대변자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점은 오늘날 부동의 사실이다. 그러면 데이터웨어의 대변자는 누구인가. 오늘 현재 전세계적으로 하나도 없다. 하드웨어 다음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 다음은 데이터웨어일진데 그곳에 가보면 황무지다. ‘데이터웨어’와 ‘데이터 웨어하우징’은 전혀 다르다. 참고로 웨어하우징 기법이란 기존의 흩어져 있는 군소 데이터베이스들을 부분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데이터웨어라는 말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그 다음’을 표방하는 격이 전혀 다른 말이다.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에 운명을 걸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일구어냈듯이 혹시 ‘마이크로데이터(?)’를 꿈꾸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는 없는가. 당시 19세의 한참 잘 나가는 청년이었던 빌 게이츠 아니었나. 데이터웨어의 꿈을 지닌 이가 출현하기를 고대해마지 않는다. 아마도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규모를 수백배 상회할 수 있는 신종 산업이 되리라 본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