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
입춘 이후 달라지기 시작한 날씨는 사람들 마음에 봄을 성큼 들여놓고 있다. 올들어 유독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큰 것은 지난 겨울이 춥고 길었던 때문만은 아니다. 소생의 계절인 봄에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상황도 되살아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봄이 문턱을 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 봄을 느낄 처지가 아닌 것 같다. 발화만 앞둔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정권교체기의 어수선함 등 국내외 악재들이 아직 우리경제의 발목을 놓지 않고 있다.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들 말하는 지금의 경제상황은 별다른 비상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달라지고 변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 그것도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이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정승들이 대부분 새로운 사람들로 자리바꿈을 했다. 어제는 차관급 인사까지 끝내 앞으로 국정운영을 담당할 주체들의 면면이 결정됐다.
기업을 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쓰는가 하는 것이다. 적재적소라는 표현에 맞게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업체라면 성공이 어느정도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능력있는 인물을 고르고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다.
정부의 인선이라고 원칙에는 별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배려나 고려가 더해지면서 좀더 복잡해진다. 여기에다 민심의 반향까지 반영되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좋게 이야기하면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인간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무엇을 맞히는 것에 상당한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특히 인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람 맞히기는 어느 조직에서도 최대의 관심거리가 된다. 이번 정부 각료 인사도 다수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는 대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보상도 없는 사람 맞히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빼았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이 바뀐다는 것, 특히 정부의 행정관료가 바뀐다는 것은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이나 국무총리, 장관의 인선에서 사람들은 변화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하고 그변화가 현실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번 각료인선이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거리인 것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가 이뤄진 후에도 적지 않은 말들이 귓전을 때리고 다닌다. 적정한 인물이라거나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는 물론,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단정적인 평가까지 다양하다. 이번 장차관 인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어느 때보다 그 평가의 폭이 넓었다고 할 수 있다. 새정부의 각료 인사에서도 의외의 인물이 많다. 정치나 행정경험이 없는 장관, 지방행정을 담당했거나 학생을 가르치던 장관, 안배 과정에서 갑자기 발탁된 장관 등이 그들이며 그들을 바라보는 눈초리에는 적잖은 걱정이 묻어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정된 인물들의 자질이 아니다. 최소한의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파격이나 의외의 인사 대상이 됐다고 볼 때 지금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어떻게 믿고 도와줄 수 있는 가하는 것이다.
앞서 실패한 장관들의 사례는 적지 않다. 또 실패의 요인에 대해서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알고 있다. 지금도 굴러들어온 돌이 문제가 돼 돌아가야 할 것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삐걱거린다면 변화는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없다. 그렇게되면 우리 경제의 봄날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유보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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