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옥 경희대학교 정보통신 대학원 교수
우리는 이번 선거를 인터넷으로 치러냈으며 드디어 세계 최초로 인터넷대통령를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이를 외신까지도 격찬하고 있다. 세대간 격차, 불룩이와 털털이, 지역간에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인터넷 공화국이 탄생한 셈이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자고 다짐하면서 취임식도 마치고, 참여정부의 CIO도 발표됐다. 유일하지만 유능한 기업인이면서 기술인이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환영하면서 몇가지 소회를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미증유의 인터넷 대란을 경험했으며, 인터넷의 갈등 조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오늘의 인터넷 강국을 일궈낸 초석이며 원조에 해당하는 한 인사가 인터넷의 집중 포화를 맞고 교육부총리에 내정되었다가 보류되었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침몰시킬 수도 있다. 인터넷세대들은 새로운 공화국을 뜨게도 만들었지만 진행 여하에 따라서는 참여정부의 존립 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 막 취임한 CIO는 앞서의 선배들이 단순 건설에 진력해 왔다면 버겁겠지만 인터넷 공화국을 지탱하는 수문장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합당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않을 때 인터넷 공화주의자들도 인터넷 권위주의자들로 전락하여 과거의 전철을 답습해 나갈 것이다. CIO는 모두가 수긍하고 번영을 추구하는 ‘인터넷 공동체’의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다음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과 IT 공동체 문제다. 필자는 지난 2000년 4월11일 남북정상회담 발표에 즈음한 긴급제안에서 ‘정보공동체’ 형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간 정보공동체는 고사하고 남녘에서조차 IT는 빈사지경을 헤매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바닥을 기면서 일어날 줄 모르고, 인터넷 수익성은 조로(早老)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디지털TV 등 새로운 소재시스템 산업들은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 않으며, CDMA는 뼈 국물까지 다 우려먹은 뒤끝이다. 어느 한곳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는 형국에서 두 과제를 이어줄 핵심 단어는 ‘동북아 정보실크로드’의 구성이다. 해양과 대륙의 양면에서 정보의 인입과 진출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이에 걸맞은 기반체계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건설해 나가야한다. 철의 실크로드와 함께 정보실크로드를 구축하면서 ‘동북아 정보공동체’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세번째는 인터넷이 위력적이지만 추상(사이버)세계와 구상(일상)세계를 서로 분리시킨채 군수용에서 민수용으로 진화되어 이 땅에 나타났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해커 폭력이 난무해도 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며, 양 세계를 본질적으로 유리시킨 태생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야 한다. 늘상적(유비쿼터스) 정보생활에서 추상과 구상을 연결시킬 기술체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방면에서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복합IT기술을 발전시켜 인터넷 위기를 탈출하는 대안도 한국이 마련해야할 세계적 책무다. 이 과정을 통해서 IT산업을 중흥시키고 인터넷세대간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정보기술 공동체’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문화 공동체의 구성이다. 유사 이래 한국은 중국·일본·몽골·베트남 등과 한자문화권을 형성하여 지구 문명의 한축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서세동점으로 로마자 패권주의에 휩쌓여 종속적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므로 정음-한자 문화권으로 재편성하고 로마자 패권주의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지식정보의 격차에 의한 제3의 재앙이 예견되고 문명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로마자와 한자문화를 아우르는 거의 유일한 대안은 정음한글 뿐이다. 이 또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과 IT진흥과 통하는 소중한 정보문화 인프라다. 정보 공동체의 형성은 한국이 가진 몇 안되는 세계화 카드며 미래사회의 핵심단어 중 하나다. 새로운 참여정부와 CIO의 지도력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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