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강국` 나르시시즘

 최근 잇따라 방한하는 다국적 네트워크업체 본사 사장들이 하나같이 한국의 IT인프라를 격찬하고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우리나라가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리버스톤과 플라리온·어레이콤·코사인 등 차세대 통신솔루션으로 주목받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CEO들은 지난 연말부터 업무차 줄줄이 방한, 업무제휴 조인식 및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광대역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 IT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또 한결같이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중장기 투자도 늘리겠다”며 “국내 통신사업자 및 장비업체와의 협조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리버스톤과 플라리온, 코사인은 다국적 IT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한국지사를 아·태지역 본사로 승격시키는 등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배려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내심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한국보다는 거대한 대륙의 나라 중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한국지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기는 하지만 시장규모 자체가 작은 데다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결국 다국적 IT업체 CEO들의 ‘미사여구’에 현혹돼 ‘역시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자긍심에 도취돼 있는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줄줄이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달려가는 해외 IT기업들을 지켜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국적 IT기업들이 우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하기보다는 우리의 IT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활용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국적 IT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시장에 몰려오는 현상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프라이즈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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