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전자를 필두로 정보기술(IT)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연이어 열린다.
이번 주총 시즌의 화두는 배당 등 주주 가치 제고로 IT기업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IT기업들의 주총장에서 주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는 단연 IT경기 회복 여부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요 관심의 대상인 대기업의 경우 삼성, LG그룹 IT계열사들의 주총은 상대적으로 무난히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한화, SK, 동부 등은 시민단체들의 참여가 예상돼 순탄치 않은 주총이 될 전망이다. 또 새정부 들어 기업들이 변혁기를 맞고 있고 최근의 주가 하락세를 감안할 때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의 주총에서 외국인들이 어떤 요구를 하게 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IT기업 주총 이슈는 경기 회복 여부=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IT기업들은 주가 상승, 배당 등으로 주식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선행조건인 성장과 이익 회복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IT기업이 성장과 이익 회복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IT경기 회복이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에는 IT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 회복 예상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대부분 IT기업 주총장에서는 그동안 기업들이 올 하반기 영업 및 경기 회복을 점쳤던 이유는 무엇이며 이 시기를 늦췄다면 왜 그런지, 과연 언제 회복될 것인지 등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도 기업의 영업 회복 시기와 거시적인 IT경기 회복 시점 등을 재차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주총은 분위기 엇갈릴 듯=대기업 주총장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시민단체, 특히 참여연대의 참석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참여연대는 삼성, SK, 한화, 두산, 동부 등 대기업들에 대해 일제히 기업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험난한 주총을 예고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이재용씨의 편법 상속문제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고 법적인 처분을 기다리는 상태여서 주총장에서 시민단체의 항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주총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1∼2주 전에 통보해 왔지만 올해는 삼성그룹 주총 하루 전인 27일까지 어떤 기업 주총에 참여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그룹도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발생한 대주주의 지분매각과 관련한 문제가 대두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제기됐던 문제로 큰 소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하지만 SK, 한화그룹의 주총장은 오너 일가의 부당거래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속속 부각되고 있는 데다 참여연대의 참석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외국인 지분율 높은 업체 관심=이렇듯 대기업의 주총장 분위기가 다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민단체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원성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안한 분위기에 편승해 외국인들도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주가 하락세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들이 기업들에 얼마나 주주 이익을 높이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외국인들은 주총 전에 이미 자신들의 요구를 기업측이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최근 기업·정부 등이 원하고 있는 바와 배치되는 사안이 있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대결구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경우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보다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이들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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