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KT 연구개발본부장 sanghlee@kt.co.kr
2002년 11월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0만을 돌파했다. 전체 가구수가 1500만 정도인 나라에서 3∼4년 만에 이 같은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로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금년 한해 동안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KT에 BT·NTT·FT 등 전세계 유력 통신사업자가 줄지어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장비를 개발한 벤더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또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나 워크숍에서도 초청연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산업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됐기 때문일까. 물론 초고속접속망을 구축·운용하는 기술은 상당수준으로 발전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문하는 외국 통신사업자들이 초고속인터넷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구조나 적용기술보다 인터넷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실태 및 새롭고 차별화된 BM과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트래픽 증가 예측을 잘못해 인터넷 백본망 및 국가간 해저케이블 등에 대해 과잉투자를 했다. 그 결과 사업자간 가격인하경쟁은 예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해졌으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지난 1∼2년간 상당한 손실을 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급속히 늘면서 서서히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올해부터 급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외국 사업자와는 반대로 최고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그릴 우려가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한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이 침체기를 잘 버티지 못하면 자칫 국내 통신장비산업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현명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ADSL 및 케이블 모뎀으로 시작된 초고속인터넷사업은 VDSL이 등장하면서 치열한 속도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구축돼 있는 초고속 인프라에 비해 서비스나 콘텐츠 수준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통신사업자간 시장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구축된 초고속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고품질 서비스를 실시해야 인터넷서비스산업이 되살아나는 것은 물론 국내 통신장비산업이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서비스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터넷=무료’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화질의 영화를 PC는 물론 TV·PDA 등 어떤 단말기로도 볼 수 있고 영상과 파일·그림 등을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개인이 원하는 정보만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밖에도 위치 기반의 서비스(LBS:Location Based Service), 정보가전과 결합된 홈네트워킹 서비스, 스마트카드 서비스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무분별한 복제가 이뤄지고 해킹이 가능하게 된다면 부가수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강력하면서도 안전한 보안과 인증이 완벽하게 실현돼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선결요건이 될 것이다.
또 유선과 무선의 통합을 통한 전체적인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유비쿼터스의 기본 개념은 모든 사물에 컴퓨팅과 네트워킹 기능이 부가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정보가 유통될 수 있고 인간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비쿼터스 사회는 초고속의 유선 인프라와 이동성이 보장되는 무선 인프라가 결합되고 상호 서비스를 유연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유선과 무선을 각각의 역무로 구분하지 말아야 이미 부분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유무선 통합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00만을 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분명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원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과거와 같이 사회·문화적인 요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확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 핵심장비의 개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운용은 물론이고 새로운 BM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 차별화된 고품질의 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 갖춰진 초고속 인프라를 기반으로 프로세스와 체계를 전환하는 개혁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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