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이 점포 선반에 올라가기 전에 법정에서 문제가 되는 예는 아주 드물다.
복제 방지장치가 장착된 DVD 영화를 손쉽게 복사할 수 있는 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DVD X 카피’가 바로 그런 흔치 않은 사례다. 더구나 문제가 된 소송은 이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321스튜디오가 냈다는 점도 드문 일이다.
이 소송은 앞으로 예상되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법적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선제 공격’의 성격이 짙다. 소규모 가족기업인 321스튜디오의 창업자 겸 사장 로버트 무어는 “우리가 해적행위 툴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냅스터 지지자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할리우드 영화사나 그밖의 누구도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얻는 권리를 인정한다”며 “다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의 공평한 이용권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321스튜디오는 DVD X 카피 버전을 프라이스일렉트로닉스와 콤프USA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다음 달부터는 미 전역에 판매망을 가진 다른 소매체인에 이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321스튜디오는 지난 3주 동안 자사 웹사이트를 통한 내려받기로 본당 100달러에 2만본 정도를 판매했다.
DVD X 카피는 저작권보호 관련법과 소비자의 공평한 이용권간 한계를 둘러싼 논의에 불을 지폈다.
미국영화협회(MPAA) 대변인 마타 그루카는 “DVD상의 저작권보호 스크램블링 기술을 방해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모두 98년 제정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을 침해하는 형사 기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DVD X 카피는 컴퓨터와 녹화가능 DVD드라이브를 가진 소비자가 처음 구입한 DVD를 훼손하거나 분실하는 것에 대비해 여분을 복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321스튜디오의 무어 사장은 “자녀가 방금 산 DVD를 망가뜨리기 전에 복사하려는 부모가 많다”며 “DVD의 훼손을 막으려는 도서관, 학교, 정부기관의 문의도 많았다”고 밝혔다.
DVD X 카피는 321스튜디오가 지난해 선보인 DVD 카피 플러스와 녹화가능 CD에 DVD 영화를 복사하는 유사 소프트웨어보다 몇 단계 기술이 진전된 제품이다.
321스튜디오는 지난 4월 MPAA 간부의 공개적 논평을 은근한 제소 협박으로 보고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제소, 선제 공격을 가했다.
피고는 메트로골드인메이어, 소니픽처스, 컬럼비아픽처스, 트라이스타픽처스, 타임워너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디즈니 등이다. 이외에 버클리의 영화제작사 사울젠츠,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 등이 피고로 제소됐다. 영화사들은 이 소송에 직접 대응하지 않고 대신 영화산업과 321스튜디오간 현안이 없다는 근거로 소 기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맡은 연방판사 수전 일스턴은 321스튜디오의 제소가 DMCA의 합헌성을 다투고 있다고 보고 미 법무부의 소송 참여를 허용했다.
321스튜디어의 변호인으로 샌프란시스코 법무법인 케커&반네스트의 파트너인 달라린 J 두리 변호사는 “이 사건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으며 공판전의 사실조사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321스튜디오측은 DMCA가 저작권법의 오랜 역사를 거쳐 확립된 ‘공평 이용 원칙’상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관례인 소비자의 개인용도 복사 행위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DVD X 카피는 허가받은 DVD 플레이어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한번에 오리지널 DVD를 한 본만 복사할 수 있다. 복사본을 재차 복사할 수는 없으며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소유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DVD 복사본 안에 워터마크를 암호로 표시한다.
321스튜디오는 이런 무단 복제방지 기능을 갖춘 상태에서 여분의 복사본을 만드는 것은 합법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저작권법 전문가로 코빙턴&버링의 파트너인 에반 R 콕스는 “DMCA 법 자체에는 공평한 이용을 법 적용에서 제외시킨다는 규정이 없다”며 “과거 냅스터에서부터 인터넷에 DVD 스크램블 코드를 공개한 해커 등 DMCA에 대한 법적 도전은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했다”며 321스튜디오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콕스는 그러나 “영화 제작사는 법정 밖의 감정, 즉 백업 복사본을 만드는 것이 정당한 권리라고 보는 소비자의 감정을 배려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2가 지난주 공개한 한 조사결과 소비자의 73%가 사전 녹화된 비디오테이프와 DVD의 백업 복사는 합법적인 행위로 믿고, 82%가 소유하는 음악 CD와 소프트웨어 복사는 적법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사본을 집에서 쓰지 않고 다른 이에게 주기 위해 DVD를 복사하는 행위가 적법하다고 보는 이는 13세 이상의 조사대상자 2014명 중 26%에 불과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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