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이탈리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코스타 빅토리아’호를 타고 지중해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일정 중 하루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기항하게 되었다. 그 하루 중 낮시간을 이용해 나는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과 교회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사실 공CD와 디스켓 등 저장매체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건축가 가우디와 수학자 가우스를 혼동할 정도로 건축분야에는 전혀 문외한이다. 그런 나에게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 아니 더 정확히는 카탈란인 가우디의 건축물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그 건축물들 앞에 섰을 때 나는 내 몸에서 정신과 혼이 쏙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우디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카사 바틀로는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집의 형상 그대로였다. 카사 바틀로는 상상속에서나 있을 법한, 실제의 집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원형 구조에 원색 옷을 입은 하나의 ‘예술’이었다. 구엘 공원은 더욱 환상의 극치였다. 과연 어디에서 저런 아이디어와 창의력,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용기가 생겨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완공되지 못하고 100여년 이상 건축중인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을 보는 순간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뭔지 모를 겸손함이 자리잡았다. 그동안 한국의 시멘트 마천루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가우디의 건축물이 주는 인상은 충격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우디의 건축물에는 혼이 있었다. 가우디는 조급해하지 않고 긴 시간을 견딘 끈기와 인내로 지상 최고 건축물을 만들었고 그 정신을 후대에도 물려줬다.
필자는 그 앞에서 비록 건조한 비즈니스 세계에도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특히 IT세계는 새로움과 창조적인 기술이 생존의 조건이다. 가우디의 건축물 앞에서 엉뚱하게도 IT분야에도 가우디와 같은 대가가 나오고 그 대가가 만든 대작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봤다.
<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사장 jwlee@im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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