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섭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 사장 hank@icm2k.com
게임왕국 일본이 변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올해 말에는 초고속망 가입자가 900만명을 상회하고, 내년 초에는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한국대 일본의 인터넷 환경 운운하며 조금은 우쭐대며 자신있게 해외에서 한국 게임 인프라의 상대적 우월성을 더이상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일본에 처음 상륙할 때만 해도 그들은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쉽게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 게임에 있어 형님벌이라고 자부하며 콧대높던 일본의 게임개발사들도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예상치 못한 실적에 그들의 시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본 콘솔게임 히트작인 ‘파이널 판타지’가 PC게임으로 가을에 나온다는 말로 보아 일본인들의 PC에 대한 생각도 ‘PC는 PC일 뿐 게임기가 될 수 없다’에서 이제는 ‘PC도 게임기다’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게임대국 중 하나인 일본이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있는 분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무척 기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이 품질좋고 완성도 높은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게 되면 모처럼 싹트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 기반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제적인 게임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기획하고 운영하다가 얻은 느낌이지만 한국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보면 너무도 다르다. 특히 게임왕국인 일본과 미국이 WCG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어떤 인터넷 트래픽를 조사하는 통계기관에 의해 이상한 현상이 감지됐다. 일년 내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많다가 갑자기 12월 초부터 10여일 동안은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트래픽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봤더니 WCG 본선대회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 때문에 현재 미국 게임업계에서 WCG에 대한 논의가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게임과 관련해 막연히 동경하던 미국과 일본이 어느새 우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편으론 기분이 좋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어깨가 묵직하다. 눈에 띄기 전에는 조용히 우리 실력만 배양하면 됐지만 일단 눈에 띈 이상 무한경쟁세계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이상 경쟁없이 편안히 살기 힘들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이벤트를 생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기도 한다.
이제 한국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상 게임개발사든, WCG 주간사든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연습이 아니고 실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헛디디면 분명 기회는 우리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고 조용히 변화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가 앉아야 할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모처럼 우리에게 온 기회를 반드시 잡아서 진정으로 무언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 있는 세대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새벽부터 체력증진을 위해 뛴다. 그리고 진정 기원한다. ‘한국 게임업계가 내 몸만 같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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