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주기를 맞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은 추도 묵념과 함께 비교적 조용히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2002 추계 인텔개발자포럼(IDF)’을 개최한 인텔 본사 임직원도 이날은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았지만 전날과 다름없는 행사를 진행했다. 희생자 가족이 있는 일부 직원에게 특별휴가를 준 e베이나 기념 식수를 심은 야후, 그리고 온라인 추모사이트를 만든 AOL 등도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마찬가지였다.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증시가 마비된 뉴욕이나 이라크 선전포고에 우려하는 워싱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오히려 자기가 위치한 자리에서 9·11테러를 극복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반영하듯 현지 지역 신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11일자 ‘기억하라, 그리고 의지를 다져라’는 제호 아래 희생자 중 905명의 얼굴과 이름을 전면과 백면에 빼곡히 게재한 뒤 “테러를 딛고 푸른 창공을 보면서 다시 전진하자”고 역설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더 절실한 때라는 주장이다.
실리콘밸리에서 10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지씨티세미컨덕터 이경호 사장은 “사실 이곳 기업인들에게는 테러보다 엔론이나 월드컴 여파로 IT투자가 동결되고 시장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더 절박한 위기”라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북새너제이 지역 노벨캠퍼스에 있는 반도체설계자동화(EDA)업체 코웨어의 김동식 부사장은 “스퀘어당 임대가격이 80센트짜리 건물도 있다”면서 “망하는 기업이 늘면서 평균임대료가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고 곳곳이 빈 사무실”이라고 설명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12일 UN 연설에서 이라크 공격의 당위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IT기업인들은 미국 정부가 이념보다 경제부양에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역력했다. 이라크 공격이 세계 경기부양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9·11테러 1주기, 실리콘밸리에서 미국의 미래가 엇갈리고 있음을 실감했다.
<새너제이(미국)=산업기술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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