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벤처 붐이 일자 벤처투자의 한 축을 형성한 시중 은행들이 최근 벤처투자부서의 간판을 내리거나 조직을 축소하고 있으며 조직을 유지하는 은행도 소극적인 투자를 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한미은행이 벤처투자팀을 해산한 데 이어 신한·외환·국민·우리은행 등도 팀을 축소하거나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9년 12월 처음 문을 연 하나은행 벤처투자팀은 지난달 말 해체가 결정됐다. 이미 170여억원에 달하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리작업을 마무리했으며 팀원도 각자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기존 투자기업들은 다른 부서에서 인수해 추가투자 없이 사후관리만 할 계획이다.
한미은행도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를 담당하던 중소기업팀을 없애고 벤처투자업무를 종합금융팀으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 규모와 인원을 축소조정했다.
최고 10여명에 달하는 인원으로 5년여간 활발한 투자활동을 전개한 신한은행도 최근 벤처투자팀 인원을 3명으로 줄였다. 이 은행도 투자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창투 자회사간 합병으로 투자중심을 국민창투로 옮긴 국민은행도 신규 벤처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핵심 심사역들도 일부 이탈했다.
외환은행은 상반기 4개 업체 30억원으로 투자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중”이라며 “투자회수 등 자금회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흥은행도 상반기에 42억원을 투자, 지금까지의 반기별 투자 규모를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상황도 좋지 않다. 기업은행 벤처금융실은 올해 상반기 동안 125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의 126억8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 은행은 하반기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수익보다 거래기업 유치나 성장기업에 대한 지원 쪽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우선상환주 투자 등을 통해 원금회수를 염두에 둔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은행권 중 최고의 벤처투자 실적을 보인 산업은행이 벤처 비리에 연류되면서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또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서울은행도 하나은행이 유력 인수자로 부각되고 있어 향후 벤처투자업무의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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