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빈강정인 한국 디지털 케이블 포럼

 지난 30일 케이블업계에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주도한 한국디지털케이블포럼 창립행사가 그것이다.

 케이블방송의 디지털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포럼의 설립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장비업체·하이엔드와 미들웨어 등의 솔루션업체, 표준 제정의 주무 부처인 정통부와 TTA의 긴밀한 협조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최근 정통부와 SO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POD(Point Of Deployment) 분리의무화 규정의 유예 및 수신제한시스템(CAS) 내장형 셋톱박스 허용안에 대한 합의도 도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한 행사다.

 하지만 출발부터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포럼 창립행사 준비과정에서 한국케이블TV협회가 디지털케이블 표준을 둘러싼 갈등을 배경으로 공식후원을 취소한 데 이어 포럼에 대한 SO들의 반응도 냉소적으로 변해 버렸다.

 포럼 창립 이후 회원사로 등록된 37개의 기관·단체 및 업체 중에서 디지털 표준과 관련해 정통부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KDMC)를 제외하고는 SO의 참여가 썰렁하다. 특히 디지털 투자에 적극적인 MSO는 한곳도 찾아볼 수 없다.

 셋톱박스 장비업체와 솔루션업체 일색으로 구성되자 한국디지털케이블포럼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디지털케이블장비포럼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디지털케이블방송의 사업 주체인 SO의 참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포럼의 내용성을 의심케 한다. 특히 정통부와 SO간 갈등의 폭이 더욱 깊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행사장에서 만난 SO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POD 분리의무화 유예와 함께 CAS 내장형 셋톱박스를 허용하기 전까지는 정부 정책에 어떤 협조도 있을 수 없다”는 말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케이블TV의 디지털화는 광대역 엔터테인먼트 시대 진입이라는 국내 IT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대역사다. 대역사의 시작은 반드시 업계 공동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문화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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